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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epmd 2011. 5. 1. 23:34


※ 2006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Ghost Is Back
2. Miguel Sanchez - (with Trife Da God/Sun God)
3. Guns N' Razors - (with Trife Da God/Cappadonna/Killa Sin)
4. Outta Town Sh*t
5. Good - (with Trife Da God/Mr. Maygreen)
6. Street Opera - (with Sun God)
7. Block Rock
8. Miss Info Celebrity Drama Skit
9. Pokerface - (with Shawn Wigs)
10. Greedy B*tiches - (with Redman/Shawn Wigs)
11. Josephine - (with Trife Da God/The Willie Cottrell Band)
12. Grew Up Hard - (with Trife Da God/Solomon Childs)
13. Blue Armor - (with Sheek Louch)
14. You Know I'm No Good - (with Amy Winehouse)
15. Alex (Stolen Script)
16. Gotta Hold On - (with Shawn Wigs/Eamon)
17. Back Like That - (with Kanye West/Ne-Yo)

Record Label : Def Jam
Released Date : 2006-12-19
Reviewer Rating : ★★★☆

속편의 등장
2006년, 우리는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이하 GFK)의 [Fishscale]을 즐겁게 들으며 그의 확고한 주관과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인들을 한 데 끌어다 모아 모든 팬 층을 겨냥해 보려는 과감한 선택은 성공적이었고, 엑스트림(Xtreme)이 프로듀스하고 데프 잼(Def Jam)의 신성 네-요(Ne-Yo)가 참여한 "Back Like That"을 첫 싱글로 내놓는 -GFK의 이전 커리어를 돌이켜 볼 때- 다소 '파격적'인 시도는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될만한 일이었다. 데프 잼의 꼬리표를 달고 나온 앨범치고는 썩 만족할만한 판매량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그를 치켜세웠고, 평단의 칭찬이 지속하던 2006년 하반기, [Fishscale]이 공개된 지 8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조만간 속편이 발매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사실 그러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Fishscale]을 무난하게 들어본 이들조차도 대체로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Fishscale]이 썩 괜찮은 앨범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에서 더 보여줄 것이 대체 얼마나 있다고 동년에 속편을 내놓겠다는 것인가. 더군다나 [More Fish]라는 타이틀 자체가 [Fishscale]의 작업 과정에서 걸러진 '찌꺼기'들의 모임이란 인상을 주기도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음악계에서 그와 같은 형태의 속편은 대체로 한계점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이었다.

[More Fish]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단순히 잔여물의 집합에 불과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급조한 앨범도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Fishscale]에서 살짝 방향을 선회하여 나름대로 특성까지 제법 갖춰 완성도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전작의 크레딧에서 간간이 체크할 수 있었던 시어도어 유닛(Theodore Unit)의 멤버(이번에는 GFK의 17살 된 아들 선 갓(Sun God)까지 참여하여 더욱 눈길을 끈다)들이 랩의 주를 이룬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심지어 주인공인 GFK가 아예 랩 세션에 참여하지 않고 시어도어 유닛 멤버들의 랩으로만 이루어진 곡도 두어 개 수록되어 [718]의 후속작 같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특히, 트라이프 다 갓(Trife Da God) - GFK 환상의 복식조가 모처럼만에 빛을 발하는 광경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다.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피트 락(Pete Rock) 등 전작에서 함께했던 거장들의 공백은 루이스 파커(Lewis Parker), 하이-텍(Hi-Tek), 매드립(Madlib) 등이 훌륭하게 메웠고, 엠에프 둠(MF Doom)은 "Guns N' Razors"와 같은 곡에서 자신의 앨범에 쓰인 익숙한 비트를 재활용하며 재미를 유발시킨다. 에릭비 앤 라킴(Eric B. & Rakim)의 "Know the Ledge"를 샘플링하고 현란한 랩으로 점철시킨 "Ghost is Back"으로 포문을 열고, "Street Opera", "Block Rock" 등의 스트릿 넘버는 기존 GFK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본 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훵키한 분위기의 첫 싱글 "Good"은 마치 [Pretty Toney Album]의 일부분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소녀가 악동으로 변모하는 슬픈 이야기를 다룬 "Josephine"과 코러스 없이 한 큐에 끝내는 타이트함이 매력인 "Alex"와 같은 스토리텔링 트랙도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Fishscale]과 마찬가지로 유사한 분위기나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어필하려는 노력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지만, 싱어와 피아노, 트럼펫, 색소폰 등 각 세션을 대동하여 소울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Josephine"과 "You Know I'm No Good") 곡들의 삽입은 전작에서 볼 수 없던 [More Fish]만의 차별화된 특징이기도 하다. 두 곡은 앨범 중후반부에 위치하여 역시나 다양한 스타일의 공존에 일조한다.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와 랩을 함께한 "Back Like That"의 리믹스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의 전망
앨범의 전 곡이 뛰어나다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More Fish]는 GFK가 직면한 현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앨범임이 틀림없다. 여전히 대중성과 독자적 행보간의 절충점을 찾고자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GFK의 노력은 본 작을 통해 충분히 확인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흥행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거나 노장 뮤지션이 트렌드를 수용하는데 있어 어느덧 필수불가결의 존재로 굳어지고 있는 '몇몇 일류 프로듀서에 크게 의존하려는' 행동을 가급적 지양하려 하는 자세만큼은 높이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Fishscale]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극도의 흥행 성적 부진은 과연 그가 메이저 레이블에서 계속해서 대중성과 독자성을 저울질하며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의문스럽게 만들 따름이다.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영민하게 본인만의 커리어를 쌓아온 베테랑 GFK지만 그의 차기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