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위플래쉬] (2015)
epmd
2015. 3. 25. 20:41
주인공이 처한 절박한 상황, 그리고 쉴 새 없는 카메라 워크를 통해서 연출한 긴박감과 그로 인한 몰입감은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하는 모습은 무척 아름답지만, 노력의 방식이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 --- 내가 극중 인물 플레처 교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교육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의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밥 먹듯이 해대는 자에겐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응징이 가해져야 한다는 게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직장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동기부여가 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플레처 교수의 교육 방식으로 한계를 뚫겠다는 생각 자체가 나의 그것과 완전한 상극이다.
나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믿어왔지, 플레처 교수의 연속적인 채찍질이 좋은 결과를 낳을 거라는 생각은 성인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설령 그런 교육 방식을 견뎌낸 누군가가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그가 겪을 후유증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영화를 감상한 후 타오르는 열정이 어쨌다느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 끌어 오른다느니 하는 평이 대부분인데, 나는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폭언과 인격 모독을 전제로 한 열정이나 노력을 제발 칭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한숨을 한 번 더 쉰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삶의 대다수를 포기하는 주인공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플레처 교수는 소시오패스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