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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l Moe Dee - 선글라스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올드스쿨 래퍼

epmd 2011. 5. 8. 00:30


※ 2006년 or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만약 올드스쿨 랩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이에게 쿨 모 디(Kool Moe Dee)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고 물었을 때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를 허풍쟁이로 의심해볼만하다. 뉴욕 출신의 1963년생 Mohandas Dewese는 'Kool Moe Dee'라는 이름과 포르쉐 디자인 선글라스를 필두로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랩 씬을 누볐던 올드스쿨 힙합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쿨 모 디의 화려한 솔로 커리어 이전에는 트리쳐러스 쓰리(Treacherous Three, 이하 T3)의 일원으로서의 활동이 있었다. 쿨 모 디와 엘에이 선샤인(L.A. Sunshine), 스페셜 케이(Special K), 그리고 디제이 이지 리(DJ Easy Lee)는 모두 고교 동창 사이였기에 자연스레 그룹을 결성하였다. '78년부터 지역 내 파티 등 그다지 크지 않은 무대에서 활동하던 T3는 스푸니 지(Spoonie Gee)에 의해 저명한 프로듀서 Bobby Robinson에게 소개되면서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인지도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The New Rap Language", "Feel the Heartbeat" 등 T3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모두 이 무렵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쿨 모 디는 T3 멤버들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가운데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교 졸업 이후엔 솔로 데뷔의 꿈을 이루고자 했다. 그가 섭외한 프로듀서는 훗날 흑인 음악 리스너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해진 인물인 테디 라일리(Teddy Riley)였다(당시 테디 라일리의 나이는 17세였고, 지금처럼 많은 이에게 알려진 상태가 아니었다). 테디 라일리의 프로듀싱이 빛을 발한 "Go See the Doctor"가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86년, 쿨 모 디는 마침내 메이저 레이블 자이브(Jive)와 계약하고 첫 솔로 앨범 [I'm Kool Moe Dee]를 발매했다.

이듬해인 '87년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시기였다. '87년을 수놓은 2집 [How Ya Like Me Now]는 전작에 이어 테디 라일리의 조력이 바탕이 된 가운데 "Wild Wild West", "No Respect" 등 썩 괜찮은 트랙들이 대거 수록되어 현재까지도 그의 모든 정규 앨범을 통틀어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평을 듣는 명작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앨범이 플래티넘을 획득할 수 있던 배경에는 엘엘 쿨 제이(LL Cool J, 이하 LL)와의 비프가 있었다는 점이다. 쿨 모 디는 LL이 자신의 공격적인 랩 스타일을 훔쳤다고 주장하며 지프(Jeep)차가 당시 LL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빨간색 캉골 모자를 짓누르고 있는 모습을 [How Ya Like Me Now] 커버에 담고, LL을 'lackluster, lower-level, last, least, limp lover'이라 맹비난하는 등 다양한 가십거리를 양산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결과적으로, 이러한 갈등 구도는 앨범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며 쿨 모 디와 LL의 둘 모두에게 이익으로 작용한 셈이 되었다). 이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여 지금까지도 쿨 모 디의 이름이 거론될 때면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고 한다.

'89년엔 세 번째 앨범 [Knowledge is King]을 발매했는데, 앨범에 수록된 "I Go to Work"는 쿨 모 디 특유의 스피디하고 박력 넘치는 랩이 유감없이 발휘된 명곡이란 찬사를 듣게 되었다. 전작보다는 떨어지지만 판매량은 골드(50만장)를 기록하며 썩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또한 같은 해 케이알에스-원(KRS-One)을 주축으로 이루어지던 'Stop the Violence' 운동에 합세하고,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불후의 명작 [Back on the Block]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허나 안타깝게도 쿨 모 디의 솔로 커리어는 3집 이후부터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린다. '91년 [Funke, Funke Wisdom]으로 돌아왔을 때, 찬란했던 전작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자이브는 '93년 베스트 앨범을 끝으로 그를 방출했다. '94년엔 T3의 재결합 앨범 [Old School Flava]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디제이 이지 리가 운영하는 레이블을 통해 5번째 솔로 앨범 [Interlude]를 내놓을 수 있었지만, 그는 이미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 버린 상태였다.

결국 쿨 모 디의 솔로 앨범은 [Interlude]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99년에는 Will Smith 주연의 영화 [Wild Wild West] OST에 참여해 [How Ya Like Me Now]에 수록된 자신의 동명의 곡을 활용하고, 2003년엔 [There's a God on the Mic]라는 책을 출판하는 등 '90년대 중반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으나,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쿨 모 디라는 인물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올드스쿨 래퍼'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쿨 모 디가 출연한 영화
Listen Up: The Lives of Quincy Jones (1990) .... Himself
Strapped (1993) (TV) .... Gun Dealer
Panther (1995) .... Jamal
Gang Related (1997) .... Lionel Hudd
Storm Trooper (1998) .... Driver
Cypress Edge (1999) .... Agent Armstrong
Brother (2000) .... Jack
Out Kold (2001) .... Blackie
Crossroads (2002) (as Kool Mo Dee) .... Bar Owner
The New Guy (2002) .... 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