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Review
Theodore Unit [7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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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3. 21:10
※ 2005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Record Label : Sure Shot
Released Date : 2004-08-03
Reviewer Rating : ★★★★
01. Guerilla Hood
02. Punch in Punch Out
03. '88 Freestyle
04. The Drummer
05. Gatz
06. Who Are We?
07. Smith Brothers
08. Mama Can You Hear Me
09. Paychecks
10. Wicked With Lead
11. Daily Routine
12. Right Back
13. Pass the Mic
14. Work
15. It's the Unit
16. Be My Girl
2004년 고스트페이스(Ghostface)의 행보
2004년 한 해 동안 우-탱의 주요 멤버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이는 단연 고스트페이스(Ghostface)였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분은 아마 없을 것 같다. 10여 년간 써왔던 'Ghostface Killah'라는 이름에서 'Killah'를 없애고 'Ghostface'로 짤막하게 개명한 후 내놓은 4번째 솔로 앨범 [The Pretty Toney Album] 활동뿐만 아니라 마스타 킬라(Masta Killa), 메소드 맨(Method Man), 엑세큐셔너스(X-Ecutioners)와 거장 데 라 소울(De La Soul)의 신보에의 참여(물론 단순히 앨범 크레딧의 한 줄을 장식했다는 사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마다 최상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개명한 Ghostface라는 이름을 더욱 빛냈다)에 이르기까지 분주하게 활동했던 까닭에 작년 발매된 힙합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The Pretty Toney Album]의 경우 비록 흥행 면에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래퀀(Raekwon)이나 메소드 맨 등 타 우-탱 멤버들의 신작들보다 질적 측면에서 큰 우위를 보이며 망해가는 우-탱 제국의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고스트페이스가 보낸 2004년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볼 때, 상반기의 두드러진 특징이 양질의 솔로 앨범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이었다면 하반기의 대표적인 활동은 자신의 크루를 공개하고 크루의 음반을 발매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시어도어 유닛(Theodore Unit)이란 크루와 앨범 [718]이 고스트페이스의 음악 행보에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당연히 크루의 앨범을 들어봄으로써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고스트페이스의 크루 시어도어 유닛
시어도어 유닛은 리더 고스트페이스 외에 트라이프 다 갓(Trife Da God, 이하 트라이프), 카파도나(Cappadonna), 숀 윅스(Shawn Wigs), 솔로몬 차일즈(Solomon Childs), 크라임 라이프(Kryme Life), 두 릴즈(Du-lilz)의 7명으로 구성된 크루이다. 우-탱의 10번째 멤버라 불리는 카파도나와 고스트페이스의 앨범에 참여했던 트라이프 이외엔 대부분 생소한 이름들이라 혹자는 난감해 하는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러한 염려는 젖혀두고 뚜껑을 열어보자.
브루클린의 지역번호 '718'을 타이틀로 내건 본작은 케이-데프(K-Def), 마일스톤(Milestone), 더티 딘(Dirty Dean), 에이밀(Emile), 셀프(Self) 등 여러 프로듀서가 7명의 랩퍼들을 위해 썩 괜찮은 돗자리(비트)를 깔아두었다. 개중에 "Guerilla Hood", "The Drummer", "Smith Brothers" 등은 [The Pretty Toney Album]에 수록하고자 녹음했던 곡들로 알려져 있는데(그렇다고 하여 [718]이 고스트페이스가 그저 자신의 앨범에 수록하지 않은 곡들과 기존에 녹음했던 곡들을 대강 정리하여 뚝딱 만들어낸 앨범은 절대 아니다), "Guerilla Hood"와 같은 곡은 도대체 왜 고스트페이스가 자신의 솔로 앨범에 수록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훌륭한 비트와 멋진 랩을 들려주고 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 "Guerilla Hood"를 비롯해 "Gatz", "Daily Routine", "88 Freestyle" 등에선 올드 스쿨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으며, Method Man과 Street Life가 객원 참여하여 raw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 "The Drummer", 또 한 명의 게스트 본 크러셔(Bone Crusher)가 코러스를 담당하여 거친 비트와 잘 맞물리는 - 시어도어 유닛의 존재를 천명하는 트랙인 - "Who are We?", 피아노 루프와 보컬의 절묘한 조화가 빛나는 "Paychecks"에 이르기까지 청자를 배려한 프로듀서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한편 음반은 랩 크루의 앨범이니만큼 그들이 펼치는 랩의 향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멤버는 당연히 리더 고스트페이스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력의 소유자 트라이프의 존재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데, 전체 16곡 중 절반 가까운 7곡에 참여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고스트페이스의 솔로 앨범[Bulletproof Wallets], [The Pretty Toney Album] 등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찰떡콤비의 탄생을 예고해왔던 트라이프는 [718]에서 또다시 발군의 기량으로 고스트페이스와 듀오를 이루어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의 클래식 앨범 [Long Live the Kane]에서 듣던 친숙한 비트 위에 펼쳐지는 2분여의 짧고 굵은 트랙 "88 Freestyle", 퀸(Queen)의 명곡 "We Will Rock You"의 가사를 개사한 코러스가 인상적인 "Smith Brothers", "Paychecks" 등에서 감지할 수 있는 고스트페이스 - 트라이프 듀오의 불꽃 튀는 랩을 듣노라면 흐뭇하다 못해 황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간 우탱의 여러 앨범에서 검증됐던 최고의 조합 중 하나인 고스트페이스 - 래퀀 콤비와 견줄만한 막강한 파워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핵심 멤버 외에 나머지 5인의 활약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나 이들을 간과해 버린다면 그것은 큰 실수이다. 카파도나는 앨범 전체를 통틀어 단 2개의 벌스(verse)만을 담당하여 존재감이 떨어져 보이지만 숀 윅스, 크라임 라이프 등 타 멤버들이 고군분투하며 남은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숀 윅스는 자신의 일상생활을 그려낸 "Daily Routine"에서 제 기량을 발휘함과 동시에 그 외 몇몇 곡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내고, 크라임 라이프는 "Right Back"이란 곡의 마지막 벌스를 무난하게 해내며 깔끔한 마무리를 이끈다.
다만, 세 개 이상의 트랙에 등장하며 은근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걸한 목소리의 멤버 솔로몬 차일즈는 큰 아쉬움을 남긴다. "Mama Can You Hear Me", "Be My Girl", "Work" 등 몇몇 곡을 혼자만의 활약으로 장식하지만 앨범의 전체적 분위기와 동떨어진 사랑고백이란 소재를 다룬 트랙 "Be My Girl"은 굵직한 목소리와 나른한 가사가 불협화음을 이룬 탓에 거치적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이 곡을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시킨 것은 그야말로 다된 밥에 재를 떨어뜨린 격이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718]
앞서 언급했듯이 솔로몬 차일즈의 솔로 트랙들이 좀 거슬리긴 하나, 크루 멤버들 하나하나의 개성 넘치는 랩을 감상하며 흐뭇해할 수 있는 썩 괜찮은 퀄리티의 앨범이다. 사실 고스트페이스가 멤버들과 함께 녹음하지 않은 형태의 트랙도 많아 컴필레이션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짜인 구성으로 결점을 충분히 보완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고스트페이스의 음악 행보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크루를 끌어들여 만든 앨범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하겠지만 그런 점을 떠나서 듣는데 별다른 무리를 주지 않는, 즐거운 감상을 도모하는 앨범임엔 틀림없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트라이프라는 대단한 인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앨범을 들으면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P.S : 부클릿에서 다음과 같은 독특한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Ghost made his major league debut : spring '93 on the Wu-Tang Clan : Enter the Wu-Tang
1st Major League Hit : Only Built 4 Cuban Linx
1st Major League Run : The Ironman Album
1st Major League Home Run : Supreme Clientele
1st World Series : The Pretty Toney Album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시어도어 유닛의 [718]은 "World Series 2차전"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고스트페이스는 2005년 현재도 활발하게 랩 씬을 누비고 있는데, 위의 문구를 읽으니 대망의 World Series Champion이 되고자 변함없이 마이크를 잡고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