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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P. (with Snowgoons) [Sparta] (2011)

epmd 2011. 12. 24. 19:16


※ 2011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Sparta
02. Back At It
03. Get Yours
04. Blasphemy (Blast 4 Me)
05. Opium
06. Hard Niggaz
07. Rollin'
08. No Merch
09. Break 'Em
10. Body On The Iron

Record Label: Babygrande
Released Date: 2011-11-22
Reviewer Rating: ★★★★

뉴욕의 하드코어 랩 듀오 M.O.P.(엠오피)는 열혈 힙합을 논할 때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들이다. 갱스타 파운데이션(Gang Starr Foundation)의 일원으로, 한 때는 지-유닛(G-Unit)의 일원으로도 활약했던 이 듀오는 험난한 랩 게임의 생존자로서 기개를 자랑해왔다. 2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에서 그들은 비트 메이킹을 단일 프로덕션에 일임하는 이색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MC 듀오와 프로듀서 3인방의 결합인데, 이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1 MC + 1 프로듀서’ 체제와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말하자면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M.O.P. 하면 막연하게 머릿속을 스치는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비트는 단 한 곡도 없이, 그들은 독일 출신의 프로듀서 집단 스노우군스(Snowgoons)와 작업을 통해 [Sparta]라는 앨범을 완성했다.

[Sparta]에는 코러스 보컬리스트를 제외하고는 그 흔한 랩 게스트도 없으며, 오직 M.O.P.와 스노우군스만이 존재한다. 작정하고 본인들과 스노우군스가 만든 작업물만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M.O.P.가 스노우군스와 뜻을 함께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아미 오브 더 패로우스(Army of the Pharaohs), 리프 더 로스트 커즈(Reef the Lost Cauze) 등의 앨범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은 집단이기 때문이다. 타이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M.O.P.는 스파르타의 남성적 이미지를 수년간 쌓아왔던 자신들의 강인한 이미지와 매치시키려 하는데, 방어 자세의 스파르타 군사들을 묘사한 앨범 커버가 그 의도를 잘 나타낸다. 심지어 첫 곡 "Sparta"에서는 아예 스파르타 군과 페르시아 군의 전쟁을 다룬 영화 [300]의 음성을 활용하기도 했다. 웅장한 비트의 향연 속에서 "Get Yours", "Blasphemy"로 이어지는 앨범의 초반부가 특히 인상적이다. 'Fuck that, Get Yours!'를 연신 외치는 "Get Yours"와 재치 있는 작명의 "Blasphemy(Blast 4 Me)"는 중독성 강한 코러스까지 갖췄다. 느린 템포의 곡("Opium")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다가도 다시금 불을 지피며("No Mercy"), 묵직한 건반이 흐름을 리드하는 "Break 'Em"과 강한 베이스라인의 "Body on the Iron"으로 34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현재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로듀서 집단의 물오른 감각이 잘 스며든 앨범이라 평해도 무리가 없다. 때로는 혼(horn)의 운용으로, 때로는 건반 음의 활용을 통해 템포를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아는 스노우군스의 숨은 노력이 있기에, 앨범의 콘셉트가 효과적으로 유지된다. 혹자는 예전에 M.O.P.의 열혈 랩을 두고 '그들의 랩을 듣고 있으면 침이 튀는 것 같고 오래 듣기가 힘들다'라며, 장시간 감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34분의 짧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본 작은 그러한 단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듯하다.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와 디제이 프리미어 등 힙합 프로듀서로서 한 가닥 한다는 이들의 지원에서 벗어나, 스노우군스라는 젋은 피를 대안으로 택한 M.O.P.의 결정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M.O.P.와 작품 외에도 PMD(피엠디), 에이지(A.G.), 버츄오소(Virtuoso)와 합작이 예정되어 있는 스노우군스의 빠듯한 차기 행보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