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Review
Ghostface Killah [Fishscal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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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4. 22:17
※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The Return Of Clyde Smith (Skit)
2. Shakey Dog
3. Kilo (featuring Raekwon)
4. The Champ
5. Major Operation (Skit)
6. 9 Milli Bros. (featuring Wu Tang Clan)
7. Beauty Jackson
8. Heart Street Directions (Skit)
9. Columbus Exchange (Skit) / Crack Spot
10. R.A.G.U. (featuring Raekwon)
11. Bad Mouth Kid (Skit)
12. Whip You With A Strap
13. Back Like That (featuring Ne-Yo)
14. Be Easy (featuring Trife)
15. Clipse Of Doom (featuring Trife)
16. Jellyfish (featuring Capadonna, Shawn Wigs & Trife)
17. Dogs Of War (featuring Raekwon, Trife, Capadonna & Sun God)
18. Barbershop
19. Ms. Sweetwater (Skit)
20. Big Girl
21. Underwater
22. The Ironman Takeover (Skit)
23. Momma featuring Megan Rochell
24. Three Bricks (featuring The Notorious B.I.G. & Raekwon)
Record Label : Def Jam
Released Date : 2006-03-28
Reviewer Rating : ★★★★
나를 비롯하여 힙합 음악을 접하는 많은 이들에게 언제부터인가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이하 Ghost)라는 인물은 항상 평작 혹은 그 이상의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는 유능한 존재로 각인되어 왔다. 별다른 기복 없이 양질의 앨범만을 만들어온 베테랑이란 사실을 부인할 이가 아무도 없을 만큼 자신의 입지를 꿋꿋이 다져왔던 Ghost이다보니 이런 이미지가 굳어버린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말이다. 덧붙여서 '우-탱의 유일한 생존자', 'King of New York' 등 미디어와 평단이 만들어낸 수식어들만 봐도 우리가 매번 Ghost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단 점이 괜한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런 그가 2004년 4집 [Pretty Toney Album]과 시어도어 유닛(Theodore Unit)의 [718]의 발매에 이어 작년엔 트라이프(Trife)와의 듀오 앨범 [Put It on the Line]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전개해온 앨범 제작 활동 속에서 올해엔 자신을 둘러싼 모든 팬들을 만족시키고자 [Fishscale]이란 타이틀의 앨범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Fishscale]을 여러 차례 들으면서 느낀 점을 아예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Ghost가 이번엔 자신의 모든 팬들을 만족시키고자 팔을 걷어붙였다.'라고 할 수 있겠다. 단짝 래퀀(Raekwon)과의 조우가 그리웠던 이들에겐 "Kilo", "R.A.G.U." 등을 통해 지난 추억들을 재현할 수 있게 하였고, 매번 우-탱 멤버들의 솔로 앨범마다 적어도 1곡 이상 수록되곤 하던 우-탱 클랜의 '떼창'은 본 작에선 "9 Milli Bros."라는 곡에 주요 멤버 전원이 참여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시켰다(심지어는 죽은 올 더티 바스타드(Ol' Dirty Bastard)의 목소리까지 수록되었다). Ghost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시어도어 유닛을 열렬히 지지하는 팬들을 향한 배려("Jellyfish", "Dogs Of War")도 잊지 않았으며, 작년 발매된 [Put It on the Line]의 여운이 남는 이들을 위해 트라이프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콤비플레이("Clipse of Doom")도 또다시 맛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데프 잼(Def Jam)의 신성 니-요(Ne-Yo)가 참여한 첫 싱글 "Back Like That"으로 대중에게 쉽게 어필하고자 하였으며, 엠에프 둠(MF Doom)의 손을 거쳐간 곡이 여럿 수록되어 Ghost와 둠이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본 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피트 락(Pete Rock), 제이 디(Jay Dee) 등 걸출한 프로듀서진을 게스트로 대거 동원한 것도 그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 한 장의 앨범에 담으려 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이처럼 화려하게 차려놓은 밥상은 그 맛도 일품이다. 거장 피트 락의 프로듀싱이 빛나는 "Be Easy"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완벽하며, 저스트 블레이즈의 시원시원한 비트와 Ghost의 자신만만한 가사가 짝을 이룬 -영화 Rocky의 대화가 도입부에 삽입된- "The Champ" 역시 그에 만만찮다. 시어도어 유닛의 멤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Ghost를 도왔고, 우-탱 일원들이 총출동한 "9 Milli Bros."는 오랜만에 'Reunite of Wu-Tang'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매를 맞곤 했던 유년 시절을 회고하는 자전적인 가사로 요즘 부모들의 자녀 양육방식에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하는 "Whip You With A Strap"이나, 이발소에서 머리를 잘못 깎아 난감해하는 유쾌한 상황을 그린 "Barbershop" 등 이채로운 주제의 곡도 수록하여 즐거움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A Friend of Mine", "Niggas Bleed" 등 Notorious B.I.G.의 정규작에 수록됐던 곡의 명 벌스(verse)를 재활용한 "Three Bricks"는 보너스 트랙임이 무색할 만큼의 강력함으로 앨범의 말미를 장식한다.
결국 Ghost는 이번 앨범에 크나큰 욕심을 내어 자신을 둘러싼 지인들을 총동원함으로써 '듣기에 별 무리가 없는 썩 괜찮은 앨범'을 만들어 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의 귀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수시로 등장하는 스킷(skit)이 다소 거슬린다는 점 외엔 특별히 흠 잡을 데가 없는 또 하나의 수작이 완성된 셈이다. 한 번 하면 쓰러질 정도로 독한 코케인을 의미하는 슬랭 'Fishscale'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그는 청자들이 쓰러질 만큼 멋진 음악을 만들고자 부단히도 애를 썼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Fishscale]을 통해서 'Ghost는 아무리 못해도 평작 이상의 앨범은 만든다.'는 공식은 더욱 확고해졌고, 이제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계속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그의 행보를 주시하기만 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