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7. 4. 14. 10:46

Freddie Gibbs [You Only Live 2wice] (2017)

 

※ 201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20 Karat Jesus
02. Alexys
03. Crushed Glass
04. Dear Maria
05. Amnesia
06. Andrea
07. Phone Lit
08. Homesick

 

Record Label: ESGN, Empire
Released Date: 2017-03-31
Reviewer Rating: ★★★★

 

우린 종종 뮤지션이 특별한 일을 겪고 나서 느낀 감정이 음악을 통해 생생하게 표현되는 광경을 보곤 한다. 인디애나 개리 출신의 갱스터 랩퍼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의 세 번째 정규 앨범 [You Only Live 2wice]도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성폭행 혐의로 2016년 6월 유럽 투어 도중 긴급 체포된 사건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이다. '두 번 산다'라는 의미의 타이틀뿐만 아니라, 예수의 형상을 하고 승천하는 깁스와 그를 체포하는 경찰들을 묘사한 커버 아트까지, 주인공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할 말이 많은 프레디 깁스의 랩을 뒷받침하는 프로덕션부터 살펴 보자. 프로덕션이 안정 궤도에 진입했던 전작 [Shadow of a Doubt]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동안 깁스의 조력자를 자처한 스피커밤(Speakerbomb)이 거의 모든 곡에서 공동 프로듀서(Co-producer)로 이름을 올리며 영향력을 행사했고, 힙합과 일렉트로닉 뮤직을 오가는 프로듀서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와 캐나다 재즈-힙합 밴드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이 참여했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트랩 사운드의 비중이 조금 더 커졌는데, 매드립(Madlib)과 합작 프로젝트였던 [Piñata]를 제외한 앨범 대부분에서 트랩 프로덕션을 능숙하게 소화했던 이력을 떠올리면 변화라고 말하긴 무의미하다.

 

독특한 주제만큼 가사도 흥미진진하다. 깁스는 앞서 언급했듯이 "20 Karat Jesus", "Crushed Glass", "Homesick" 등 다수의 트랙에서 체포되고 구금되던 과정, 혹은 그 일로 인한 후유증을 이야기한다. "Crushed Glass"에서는 사건을 언급하면서 한편으로 어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될 거라는 각오를 여러 차례 내비친다. 특히, 감옥 출소 직후를 상기하며 쓴 가사를 담은 "Homesick"은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트랙이다. 그는 'since I came home~'이라는 구절을 수차례 반복하며 출소 후 보고 겪은 일들을 늘어 놓았는데, 절친했던 이의 죽음을 확인한 걸 비롯하여 복귀 후 새로운 상황과 직면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커다란 여운을 남기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곡을 앨범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것 또한 최적의 선택이었다.

 

소재의 독특함은 물론이거니와 깁스의 랩은 기술적인 면까지 하늘을 찌를 기세이며, 안정적인 비트가 이를 뒷받침한다. 석 장의 정규 앨범 중에서 가장 타이트한 랩으로 승부하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꽉 찬 느낌이 드는 이유는 빼어난 랩과 비트가 있기 때문이다. 앨범의 비트는 트랩 뮤직이 주를 이루지만, 현재 메인스트림을 지배하는 이들처럼 다양한 사운드를 융합하기보단 대체로 평범한 패턴을 택했다. 이러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깁스가 좀 더 화려한 랩 기교를 부릴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탁월한 후렴구(hook) 메이킹 능력이나 비트 스타일을 막론하고 맞춤형 랩을 구사하는 능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노래하듯 내뱉는 후렴구가 중독적인 "Andrea", 보컬의 목소리와 깁스의 랩을 교차시키는 참신함이 인상적인 "Crushed Glass" 등은 그가 여전히 훌륭한 후렴 메이커임을 증명한다. 두 파트에 걸쳐 트랩과 소울 샘플링 비트가 공존하는 "20 Karat Jesus"에서 변화하는 비트와 무관하게 타이트한 랩으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 또한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 선 공개된 싱글 "Crushed Glass"와 "Alexys"가 굉장한 임팩트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EP인지 3집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을 접한 순간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깁스의 랩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높은 밀도를 자랑하는 앨범이었다. 비록, 창작자는 인생사에 길이 남을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체포와 구금, 그리고 법정까지 가는 인고의 시간이 역설적으로 더욱 큰 흥미와 쾌감을 가져다 준 셈이다.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7. 4. 14. 10:42

Raekwon [The Wild] (2017)

 

※ 201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The Wild Intro
02. This Is What It Comes Too
03. Nothing
04. Skit (Bang Head Right)
05. Marvin (featuring Cee-Lo Green)
06. Can't You See
07. My Corner (featuring Lil Wayne)
08. Skit (Fuck You Up Card)
09. M&N (featuring P.U.R.E)
10. Visiting Hour (featuring Andra Day)
11. Skit (Bang Fall Down)
12. The Reign
13. Crown of Thorns
14. Purple Brick Road (featuring G-Eazy)
15. You Hear Me
16. Bang Outro

 

Record Label: Ice H20 Records, Empire Distribution
Released Date: 2017-03-24
Reviewer Rating: ★★★☆

 

우탱 클랜(Wu-Tang Clan)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빼어난 랩 기술을 보유한 래퀀(Raekwon)이 일곱 번째 앨범으로 돌아왔다. [Fly International Luxurious Art] 이후 2년 만이다.

 

다수의 게스트가 참여했던 [F.I.L.A]와 러닝 타임은 비슷하지만, 이번 앨범은 좀 더 간결하고 일관성이 있다. 랩 게스트의 참여는 눈에 띄게 줄었으며, 스킷(skit)을 제외한 열한 곡 중 소울이나 재즈 샘플링을 기반으로 만든 붐뱁(Boom Bap) 비트가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그러한 곡 중에는 적당한 긴장감으로 '90년대의 래퀀을 연상케 하는 트랙이 있는가 하면, 알앤비 싱어를 대동하여 분위기 전환을 꾀한 트랙도 있다.

 

앨범에서 그는 파란만장했던 10대 시절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랩스타의 위치에 도달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Can't You See"), 후반부에서는 드물게 트랩 비트에 맞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다("You Hear Me"). 과거를 회상하는 "Can't You See"나 "The Reign"이 다소 진부한 컨텐츠인 반면, "Marvin"이라는 의외의 트랙도 있다.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직설과 비유를 섞어 이야기하며, 한 편의 전기를 구축했는데, 래퀀의 절제된 랩과 씨로 그린(CeeLo Green)의 아름다운 보컬이 만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한 추모곡이다.

 

그만큼 "Marvin"은 보컬리스트가 참여한 곡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안드라 데이(Andra Day)가 함께한 "Visiting Hour"에서는 빠른 템포에 맞게 빠른 랩을 구사하는 래퀀과 데이의 보컬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슬로우 잼(Slow Jam) 넘버를 듣다 보면, 마치 래퀀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Heaven & Hell" 같은 곡이 중간중간 포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앨범 발매 전 첫 싱글로 "This Is What It Comes Too"를 택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오하이오 플레이어스(Ohio Players)와 알 그린(Al Green)의 옛 곡을 샘플 소스로 택한 프로듀서 익스트림(Xtreme)이 긴장감 넘치는 비트로 제 몫을 해준 가운데, 래퀀이 비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랩을 얹혀 앨범 초반부를 확실하게 다졌다. 예나 지금이나 작심하면 얼마든지 타이트한 랩도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게스트와 랩 대결을 하는 구도로 흘러가는 "M&N"에서도 래퀀의 현란한 랩을 감상할 수 있다.

 

앨범은 나름대로 균형을 잘 잡고 있지만, 단점도 쉽게 드러난다. 앨범 한가운데에 위치한 "My Corner"는 없었으면 하는 곡이다. 링톤(ringtone) 비트는 앨범의 전반적인 흐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릴 웨인(Lil Wayne)의 랩 또한 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My Corner"를 제외하더라도, 붐뱁 기반의 비트가 모두 최상의 수준은 아니다. "Nothing"이나 "The Reign"에서 들을 수 있는 루프는 확실히 흡입력이 떨어진다.

 

몇몇 허점만 보완했다면 더 좋은 앨범이 될 수 있었다. [F.I.L.A]가 기대 이하라고 말했던 팬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돌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기왕 만드는 김에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그는 현재까지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에 이어 우탱 진영에서 두 번째로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쌓고 있다는 사실을 변함없이 이어간다.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7. 3. 28. 17:50

O.C. [Same Moon Same Sun] (2017)

 

※ 201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Same Moon Same Sun Intro
02. Serious
03. Good Man
04. Waste Not Want
05. Sound Off
06. New Day
07. My City
08. SAM
09. In the Paint (feat. Majestic Gage & David Bars)
10. DNA
11. Soulsville
12. Lost in Time (feat. AG)
13. Get with the Program
14. Real Life Part 1 & 2

 

Record Label: D.I.T.C. Studios
Released Date: 2017-01-30
Reviewer Rating: ★★★★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힙합 집단 D.I.T.C.가 최근까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크루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인 건 안타깝다. 그리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구성원 개인의 앨범도 전성기였던 '90년대보다 대부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렇게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그들도 증명하고 있지만, 예외로 간주해야 할 선수가 한 명 있으니 바로 오씨(O.C.)이다. 프로듀서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과 합을 맞췄던 그가 이번에는 다시 D.I.T.C. 진영 프로듀서들과 힘을 모았다.

 

오씨의 신작 [Same Moon Same Sun]은 무료 다운로드 형식으로 공개했지만, 허투루 만든 앨범이 아니다. 그는 비트 메이커의 기용, 귀에 쏙쏙 박히는 라임, 보컬리스트 선택 등, 다방면에서 여전히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D.I.T.C. 앨범 외에는 활동 이력을 찾기 어려운 프로듀서 모티프 알럼나이(Motif Alumni)를 필두로 쇼비즈(Showbiz), 소울트로닉(Soultronik), 슈퍼 어글리(Supa Ugly) 등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전반적으로 묵직하거나 몽환적인 사운드라는 통일성을 갖추었다.

 

빠르지 않은 붐-뱁(Boom-Bap) 스타일의 비트가 주를 이루는데, 묵직한 베이스 라인을 강조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하고("My City"), 때론 건반 사운드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면서("SAM") 단조로움을 탈피한다.

 

또한, 오씨가 오랫동안 호평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인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이번 작품에서도 위세를 떨친다. 싱글 컷 된 "Serious"와 "Waste Not Want"가 그 예이다. 간단하지만 막강한 흡입력의 랩을 기반으로 하는 후렴 메이킹 능력은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더불어 보컬 피처링이 가미한 "Good Man"과 "New Day"에서 들을 수 있는 후렴구도 빛을 발한다.

 

만약 오씨와 게스트 간에 불꽃 튀는 랩 대결을 바랐던 청자라면, "In the Paint" 외엔 건질 것이 없어 아쉽겠지만, 앨범에는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감상 지점이 많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테러에 관한 견해를 밝힌 "My City"에서 타이트한 라임은 압권이다('Bombs hit Syria wiping out men, women and kids in the area, the bully is America'). 이 곡은 후렴구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 구성을 취했는데, 이는 곡의 긴장감을 끝까지 극대화하기 위한 흔적이다.

 

더불어 간결하면서도 강한 드럼과 몽환적인 사운드의 루프가 절정에 이르는 "DNA"도 놓칠 수 없는 넘버다. 앨범의 대미는 D.I.T.C.의 일원이자 할렘 최고의 재능이었던 빅 엘(Big L)에 대한 추모와 회상으로 장식한다. 오씨는 끝 곡 "Real Life"에서 빅 엘과 보낸 마지막 시간을 생동감 있게 담아 진한 여운을 남긴다.

 

40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울 만큼 기대감을 충족하는 앨범이다. 앨범 커버처럼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칙칙하거나 메마른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다. 오씨는 여전히 목소리와 랩 스타일에 어울리는 프로듀서를 택하는 분별력이 있고, 견고한 라임을 만들 줄 아는 선수다. 이처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아티스트는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오씨의 이번 행보가 더 가슴을 파고든다.

 

※ 201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Exposition
02. Made in Maryland
03. No Turning Back
04. MLK
05. Follow The Master
06. The Sub Way
07. Party with Purpose
08. Black of All Trades (V2)
09. No Better Time
10. PTXD
11. In My Daughter's Eyes
12. It Could Happen
13. The 4our Fors
14. Tony Stanza
15. Lasting Impression
16. Wish U Were Here
17. Always

 

Record Label: HiPNOTT Records
Released Date: 2017-01-06
Reviewer Rating: ★★★

 

한국에서 랩퍼 섭스텐셜(Substantial)이 알려진 결정적인 계기는 데뷔 앨범 [To This Union a Sun Was Born]이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언더그라운드 힙합 애호가들 사이에서 불었던 누자베스(Nujabes) 열풍 덕분에 수혜를 얻은 랩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고인이 된 두 명의 프로듀서 누자베스(Nujabes)와 디제이 덱스트림(DJ Deckstream, 당시에는 Monorisick)은 섭스텐셜이 마음껏 랩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옥 같은 트랙이 가득했던 섭스텐셜의 1집은, 페이즈 락(Pase Rock)의 앨범 [Bullshit as Usual]과 함께 고가에 거래되는 누자베스 컬렉션의 양대 산맥이 된 지 오래이다.

 

데뷔 앨범의 강렬한 인상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섭스텐셜은 2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열정으로 활동을 지속해왔다. 그리고 다섯 번째 앨범 [The Past is Always the Present in the Future]는 근래에 만든 콜라보레이션 EP [The Past…]와 [Always]에 수록한 곡들과 새로 만든 곡을 한데 묶어 발매한 작품이다. 1집의 커버와 유사한 앨범 커버는 마치 비교를 유도하는 듯한데, 일본 출신 재즈 힙합 프로듀서가 추구하는 포근함과 안락함의 미학이 두드러진 1집과 세월이 흘러 누자베스의 흔적이 거의 사라진 이번 앨범의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이전부터 교류를 이어왔던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의 간판 아티스트 오디씨(Oddisee), 힙합 밴드이자 프로덕션인 디 아더 가이즈(The Other Guys), 섭스텐셜과 결성한 밥 얼로이(Bop Alloy)의 반쪽 마커스 디(Marcus D) 같은 프로듀서와 주인공이 얼마나 좋은 조화를 이루었는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작품이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정박에 충실하고, 빼어난 딜리버리를 기반으로 벌스(Verse)마다 많은 이야기를 내뱉는 섭스텐셜의 랩 스타일은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이다. 랩과 비트 모두 긍정적이고 산뜻한 느낌으로 가득하다는 점도 변함없다. 프로듀서는 다양하지만, 많은 소스 중에서도 건반 음을 제일 많이 활용한다는 공통점 또한 예전의 작품과 동일하다. 앨범의 제목을 읊조리는 후렴구가 묘한 분위기를 유발하는 "Exposition", 아버지의 입장에서 딸을 향한 부성애를 랩으로 표현한 "In My Daughter's Eyes", 메릴랜드 출신의 긍지를 드러내는 "Made in Maryland" 등은 랩과 비트 양면에서 적절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특히, 오디씨가 프로듀서로 관여한 "Made in Maryland"는 둔탁한 드럼과 키보드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굴곡이 없고,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섭스텐셜의 랩 스타일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너무 평탄한 전개가 몰입도를 흐린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다. 특히, 디 아더 가이즈가 제공한 비트는 대부분 키보드와 관악 사운드를 조합하는 작법이지만,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례로 "Follow The Master"는 코러스마저 귀에 감기는 맛이 전혀 없다. 상대적으로 빠른 루프와 빠른 랩에 기반을 둔 "PTXD"는 다양한 소스를 담고 있지만, 이 역시 BPM과는 별개로 돋보이는 트랙은 아니다.

 

앨범 후반부의 "Tony Stanza"가 흥미롭게 들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랩 게스트 톤데프(Tonedeff)의 참여 때문이며, 이 외에는 대부분 비트메이커가 앨범의 흐름과 수준을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이다. 랩퍼가 주인공인 앨범이지만, 이렇게 전체적으로 랩이 아닌 다른 요소가 앨범의 성패를 가르는 판국이다. 귀에 착착 감기는 루프나 황홀한 세션의 조합을 찾기 어렵다는 점 또한, 발목을 잡는 지점이다.

 

[The Past is Always the Present in the Future]는 소울풀하고 포근한 재즈 힙합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다소 밋밋한 감흥을 주는 앨범이다. 오디씨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두 곡("Made in Maryland", "The 4our Fors")은 이색적인 드럼 운용을 통해 듣는 순간부터 나머지 트랙과 다른 느낌을 주는데, 차라리 최근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더 많은 프로덕션 지분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여전한 낭만은 반갑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섭스텐셜의 선택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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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7. 1. 19. 21:39

The Lox [Filthy America... It's Beautiful]


※ 201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Omen
02. Stupid Questions
03. What Else You Need to Know
04. The Family
05. The Agreement (feat. Fetty Wap and Dyce Payne)
06. Move Forward
07. Savior (feat. Dyce Payne)
08. Don't You Cry
09. Hard Life (feat. Mobb Deep)
10. Filthy America
11. Bag Allegiance
12. Secure the Bag (feat. Gucci Mane and InfaRed)

Record Label: D-Block / Roc Nation
Released Date: 2016-12-16
Reviewer Rating: ★★★

지금은 의미가 퇴색했지만, 슈퍼스타였던 DMX와 3인조 랩 그룹 록스(The Lox 혹은 The L.O.X.)가 미국 뉴욕 주 용커스(Yonkers) 시를 대표하는 랩퍼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용커스 출신의 삼인방 제이다키스(Jadakiss), 스타일스 피(Styles P), 쉭 라우치(Sheek Louch)는 '98년 배드 보이(Bad Boy Records)에서 발매한 첫 앨범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고,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에 합류하여 전성기를 이어갔다. 비록, 록스가 DMX나 이브(Eve)만큼 막강한 앨범 판매량를 보장하지는 못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러프 라이더스 진영의 성공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은 여기까지다. 불혹의 나이에 이른 세 남자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10여 년의 세월 동안 스타일스 피는 셋 중에서 가장 많은 스튜디오 앨범을 만들었지만, 주목할만한 성과가 없었다. 쉭 라우치는 다수의 솔로 앨범뿐만 아니라, 우탱 클랜(Wu-Tang Clan)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와 협업하여 [Wu-Block]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기대 이하의 앨범이었다. 셋 중에서 차트 성적이 가장 좋았던 제이다키스의 솔로 커리어도 빼어난 랩 실력을 감안한다면 그리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택한 행보는 각자의 랩 커리어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인 록스였다. 무기한 휴업이나 다름 없었던 록스가 다시 기지개를 켠 것은 2013년, EP [The Trinity]를 공개한 시점이었다. 이들의 활동은 EP에서 멈추지 않았다. 각자 솔로 활동과 병행하며 록스의 새 행보를 준비했고, 2016년 말 정규 앨범 [Filthy America... It's Beautiful]로 부활을 알렸다.

랩에 초점을 맞추어 앨범을 들으면, 전반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41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셋 중 어느 한 명에게도 치우치지 않은 채 공평한 비중을 유지한다. 페티 왑(Fetty Wap)을 초대하여 후렴구에 활용하기도 했고, 맙 딥(Mobb Deep)과 구찌 메인(Gucci Mane)처럼 벌스에 직접 참여하는 게스트도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앨범의 주인공은 록스라는 점을 확고하게 유지한다. 안일한 태도로 만든 앨범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가사의 소재 또한 흥미롭다. 영화를 인용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하고("Omen"), 패밀리라는 단어에 대해 논하며("The Family"), 법정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한다("Filthy America"). 특히, 눈에 띄는 건 "Filthy America"다. 법원에서 배심원의 유죄 판결을 받는 가운데 멤버 각자 과거를 회고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처럼 셋 모두 각자 위치에서 괜찮은 랩을 구사하며 16년 만의 새 정규작 발매를 자축했다.

그러나 잘 잡힌 균형과 달리 곡 자체의 완성도는 대부분 평이하고 몇몇 곡은 기대 이하다. 다양한 프로듀서를 택해서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양질의 비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다수의 붐뱁(Boom-Bap) 스타일 트랙과 두 개의 트랩(Trap) 넘버가 공존하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유지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강한 인상을 주진 못한다. 비트를 잘못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사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Filthy America"이다. 귀에 감기는 맛이 전무한 비트를 제공한 피트 락(Pete Rock) 탓에 참신한 아이디어의 가사적 장점이 빛을 바랬다.

트랩 사운드의 두 곡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특히, 디제이 칼리드(DJ Khaled)와 구찌 메인의 목소리가 담긴 "Secure the Bag"을 마지막 트랙으로 선택하여 어색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다행스럽게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든 스타일스 피의 타이트한 랩 후렴구와 샘플 소스의 적절한 선택이 빛을 발하는 "The Family"가 있다. 그리고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고전적인 작법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Move Forward"가 "The Family"와 함께 앨범의 기둥 역할을 한다.

사실 록스는 앨범보다 팀 브랜드 자체가 높았던 그룹이다. 이후 제이다키스의 랩퍼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록스까지 재조명됐지만, 그들의 인기와 별개로 지난 두 장의 정규 앨범 모두 평작 수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한다 해도 꾸준히 각자 커리어를 이어오며 베테랑이 된 뒤 발표한 앨범마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는 건 참 아쉽다. 무엇보다 좋은 프로듀서를 택하지 못했다는 맹점이 너무 쉽게 드러났다. 재결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7. 1. 19. 21:36

Run The Jewels [Run The Jewels 3]


※ 201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Down (feat. Joi)
02. Talk to Me
03. Legend Has It
04. Call Ticketron
05. Hey Kids (Bumaye) (feat. Danny Brown)
06. Stay Gold
07. Don't Get Captured
08. Thieves! (Screamed the Ghost) (feat. Tunde Adebimpe)
09. 2100 (feat. Boots)
10. Panther Like a Panther (Miracle Mix) (feat. Trina)
11. Everybody Stay Calm
12. Oh Mama
13. Thursday in the Danger Room (feat. Kamasi Washington)
14. A Report to the Shareholders / Kill Your Masters (feat. Zack de la Rocha)

Record Label: Mass Appeal / RED
Released Date: 2016-12-24
Reviewer Rating: ★★★★☆

근 4년 사이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엘-피(El-P)는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 이하 ‘RTJ’) 이외엔 별도의 뚜렷한 행보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RTJ는 두 아티스트가 공들인 프로젝트였고, 공언한 대로 세 번째 작품이 발표됐다. 원래 2017년 1월 발매 예정이었지만, 예상을 깨고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작스럽게 공개되었다. 늘 그랬듯이 무료 다운로드 방식으로.

일단 앨범을 들어보면 이들의 지향점이 달라졌다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사운드의 운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가사를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과 2년 전인 [Run the Jewels 2] 시절엔 마초적인 성향이 강했던 반면, 본작에서는 저항적이고 선동적인 면을 부각했다. 이 같은 부분이 예전에도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무거운 주제를 다룬 곡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래서인지 이따금씩 엘-피와 킬러 마이크가 저항군(레지스탕스)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들이 사회적인 이슈를 논하거나 멤버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는 순간만큼은 무척 진지해 보인다.

의도적으로 2016년 미국 대선일 직후에 공개하여, 대통령 선거와 연계하여 우리가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읊조린 "2100", 미국 내 유색 인종이 겪은 부당한 공권력을 다룬 "Thieves! (Screamed the Ghost)", 지병으로 숨진 엘-피의 친구와 거리에서 숨진 킬러 마이크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Thursday In The Danger Room"과 같은 트랙은 그들이 RTJ로 활동하기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조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앨범의 색채가 180도 달라진 것은 아니다. 저속하거나 직설적인 표현은 여전히 앨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특유의 생동감 있는 가사는 여전하다. 또한, 그루브의 극대화를 표방하며 작정하고 만든 곡이 있는가 하면("Hey Kids (Bumaye)"), [Run the Jewels 2] 때처럼 노골적인 욕설의 향연도 존재하며("Panther Like a Panther (Miracle Mix)"), 전형적인 허풍선이 스타일의 랩("Legend Has It")도 담겨 있다. [RTJ 2]의 분위기와 감흥이 적당한 선에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엘-피를 주축으로 하는 프로덕션은 이번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RTJ 프로젝트 3부작 중 가장 정교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앨범 초·중반에 배치된 다수의 곡을 들으면, 이들이 그루브에 대하여 얼마나 진중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소스의 첨가와 배제를 자연스럽게 반복하여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곡들이 주는 쾌감 또한, 대단하다. "Stay Gold"와 "Panther Like a Panther (Miracle Mix)”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세션 주자를 비롯한 게스트의 참여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에도 참여하여 힙합 팬들에게 친숙한 색소폰 주자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의 연주를 가미한 "Thursday In The Danger Room"은 죽은 동료를 이야기하는 곡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여운을 남긴다. 그야말로 [RTJ 2]에 참여했던 드러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만큼이나 탁월한 선택이다. 더불어 거침없는 발언과 욕설의 집합체인 "Hey Kids (Bumaye)"에서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의 랩은 킬링 트랙의 기폭제 구실을 했고, [Run the Jewels 2]에 이어 다시 참여한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는 마지막 트랙에서 힘을 실어주었다. 한편, 여성 랩퍼 트리나(Trina)의 참여는 자연스레 [Run the Jewels 2]에서 활약했던 갱스타 부(Gangsta Boo)와 비교하게 되는데, 후렴구에만 참여하여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전작의 뒤를 잇는 여성 게스트로서 본분을 다했다는 느낌이다.

참신한 그루브에 대한 고민과 거침없는 욕설로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들' 같았던 [Run the Jewels 2]의 이미지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방향을 선회한 이번 앨범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 담긴 다양한 주제는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으며, [Run the Jewels 3]는 전보다 한층 더 정교한 완성도의 비트를 제공한다.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현 힙합 계의 풍토와 달리, 엘-피와 킬러 마이크의 RTJ 프로젝트는 어느덧 그들 각자의 커리어에서 정점으로 굳어가고 있다. 이토록 오랫동안 최고의 감각을 유지하는 건 물론, 발전까지 거듭하는 두 아티스트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6. 12. 21. 19:00

Pete Rock & Smoke DZA [Don't Smoke Rock]

 

※ 201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Intro
02. Limitless (feat. Dave East)
03. Black Superhero Car (feat. Rick Ross)
04. Hold The Drums (feat. Royce Da 5' 9")
05. Moving Weight Pt. 1 (feat. Cam'ron, Nymlo)
06. Wild 100s
07. Last Name
08. 1 Of 1
09. Milestone (feat. BJ The Chicago Kid, Jadakiss and Styles P)
10. Show Off (feat. Wale)
11. Dusk 2 Dusk (feat. Big K.R.I.T., Dom Kennedy, theMIND)
12. I Ain't Scared
13. Until Then (feat. Mac Miller)

 

Record Label: Babygrande
Released Date: 2016-12-02
Reviewer Rating: ★★★☆

 

냉정하게 말해보자. 제 아무리 장인 소리를 듣던 프로듀서 피트 락(Pete Rock)일지라도, 근 10년 동안 결과물은 수 차례 큰 실망을 안겼고, 작년에 발표한 회심의 [PeteStrumentals 2]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사실만 보여줬다. 자연스레 그의 새 앨범에 거는 기대는 바닥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꼭 피트 락이 아니더라도 맹목적인 팬이 아니라면, 신뢰하지 않는 프로듀서에게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마초에 대한 능숙한 애정 표현으로 유명한 할렘 출신의 재능, 스모크 드자(Smoke DZA)와 피트 락의 의기투합 소식에도 설렘이 아닌 초연함이 앞섰다. 그런데 이번 앨범 [Don't Smoke Rock]의 완성도는 꽤 준수하다.

 

항상 샘플 소스의 조합을 기반으로 하던 프로듀서 피트 락의 비트가 스모크 드자의 랩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가 관건인데, 평소 레이드-백(Laid-Back) 플로우를 즐기는 스모크 드자의 랩과 피트 락의 비트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궁합을 이룬다. 스모크 드자의 랩 기술은 여전히 빼어나다. 예를 들면, "Milestone"의 첫 벌스(blue pill / red pill / treadmill / bed feel / still) 같은 구절이 그의 장기가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느긋하게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레이드-백 스타일의 플로우가 드자가 구사하는 랩의 특징이긴 하나, 때로는 빠른 랩으로 승부하기도 한다. "1 of 1", "I Ain't Scared" 등이 좋은 예인데, 자칫 지나치게 느긋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한다.

 

반면에, 드자의 랩으로 이루어진 후렴구가 스크래칭이나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로 처리한 후렴구보다 흡입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Moving Weight"에 담긴 드자의 랩 후렴구보다는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의 목소리가 있는 "Milestone"이나 스크래칭으로 처리한 "Hold the Drums"의 코러스가 보다 귀에 감기는 맛이 있다.

 

본작이 특히 반가운 건, 기대하지 않았던 피트 락의 비트가 다시금 부활의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피트 락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악이었던 [PeteStrumentals 2]처럼 마구잡이 샘플 혼용이나 맥아리 없는 룹은 찾아보기 어렵다. 앨범 초반부터 마치 근래의 피트 락은 잊으라는 듯 강렬하게 꽂히는 "Limitless", 드럼 루프를 배제하고 다른 소스로 드자와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 9")의 랩을 뒷받침한 "Hold the Drums" 등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들이다. "Moving Weight", "1 of 1", "Milestone", "Show Off"처럼 짧은 메인 루프를 기반으로 하는 트랙이 많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이 곡들에선 이전의 단점이 여전히 노출되는데, "Milestone"의 짤막한 피아노 루프는 확실히 귀에 감기는 맛이 없고, "Show Of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젠 예전의 감칠맛 나는 드럼을 듣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Monumental], [PeteStrumentals 2] 등에서 연이어 보인 기대 이하의 행보를 어느 정도 잊게 해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도를 넘었다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피트 락이 예전의 감각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그 위에 스모크 드자의 출중한 랩이 얹혀 단단하게 마무리됐다.

 

이렇듯 [Don't Smoke Rock]은 랩퍼와 프로듀서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피트 락에게는 부진 탈출의 시발점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고, 최근 몇 년 사이 물 오른 기량과 창작욕을 과시 중인 스모크 드자에게도 역사에 이름을 새긴 노장과 작업이 남다른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다. 피트 락이 이미 수 년째 제작 중인 [Soul Survivor 3]의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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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6. 12. 21. 18:56

오디(Odee) [SLY]

 

※ 201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Open Ending
02. Underdog (feat. Don Mills & 우탄)
03. Fleek (feat. MBA ek)
04. S.L.Y. (Still Look Young) (feat. 화지)
05. Drop (feat. 넉살)
06. John Doe
07. Deja Vu
08. 삼부자 (The Three Rich)

 

Record Label: Vismajor Company / KT 뮤직
Released Date: 2016-11-08
Reviewer Rating: ★★★☆

 

2013년, 비스메이저(Vismajor)의 [RUN VMC]에서 수장 딥플로우(Deepflow)를 비롯한 우탄(Wutan), 베이비-나인(Baby-Nine) 등, 초창기 멤버와 경쟁 구도를 이루던 새로운 피가 있었다. 비스메이저에서 가장 젊은 선수인 오디(ODEE)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비스메이저 앨범뿐만 아니라 레이블 내 타 구성원의 솔로 앨범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름을 찾을 수 있었던 그가 이번에는 첫 EP [SLY]로 2016년 VMC의 스튜디오 행적을 마무리하고 나섰다.

 

오디는 여덟 트랙으로 이루어진 이번 EP에서도 빼어난 플로우의 랩을 구사하며, 그간 보여준 가능성이 허상이 아님을 입증한다. 흡사 미 힙합 듀오 헬타 스켈타(Heltah Skeltah)의 락(Rock)을 연상하게 하는 저음의 목소리와 명확한 발음을 근간으로 하여 비트에 착착 맞물려가는 랩핑은 수차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게스트와 조합도 안정적이다. 꾸준하게 손발을 맞췄던 VMC의 다른 멤버, 던밀스(Don Mills), 우탄, 넉살과 콜라보도 좋지만, 외부인사인 화지와 합작도 눈에 띈다. 화지의 멜로딕한 후렴구가 지원하는 "S.L.Y (Still Look Young)"는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고 싶다는 오디와 화지의 심정이 적절하게 스며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넉살과 함께한 “Drop”은 '자신과 대조적인 목소리의 게스트를 초대한 사례'의 모범답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곡처럼 각자의 벌스(verse)에서 랩을 도맡은 방식이 아니라, 제한된 길이의 마디에서 주고 받는 식의 랩을 연이어 터뜨리는데, 기막히게 맞아 떨어지는 호흡과 코믹한 분위기 덕에 앨범을 대표하는 킬링 트랙이라 할만하다. EP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하면 더욱 돋보이는 지점이다.

 

물론, [SLY]가 만족스러운 데에는 프로듀서의 역할도 컸다. 앨범 전체를 담당한 프로듀서 버기(Buggy)의 지원이 없었다면 심심한 앨범이 될 수도 있었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흐름을 주도하는 "John Doe", 트랩 스타일의 "Drop" 등 전반적으로 랩에 잘 어울리는 비트를 선택한 형국이다. 특히, 과거에 대한 회상과 함께 자신의 인생관을 말하는 "John Doe"의 진지한 무드에 어울리는 황량한 비트는 최적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오디의 유연한 플로우와 그에 상응하는 비트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며 좋은 인상을 남긴다. 자신의 나이와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그의 말처럼, 반복되는 생활("Deja Vu"), 과거에 대한 회고("John Doe"), 돈벌이에 대한 고민("삼부자") 등, 일상의 이야기를 때론 진지하게, 때론 풍자적으로 담아낸 가사도 듣는 맛을 더한다. 다만 "Open Ending"이나 "Underdog"처럼 뛰어난 랩 벌스에 비해 후렴구의 임팩트가 약한 부분들은 아쉽다.

 

오디가 데뷔 시점으로부터 다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VMC의 다른 멤버보다 존재감이 약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본격적인 솔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본작은 정규 1집으로 가는 길을 성공적으로 다진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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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6. 11. 10. 23:08

Jeezy [Trap or Die 3]


※ 201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In the Air
02. G-Wagon
03. It Is What It Is
04. Where It At (feat. Yo Gotti)
05. All There (feat. Bankroll Fresh)
06. Going Crazy (feat. French Montana)
07. Bout That (feat. Lil' Wayne)
08. So What
09. Let Em Know
10. Recipe
11. Goldmine
12. U Kno It
13. Like That
14. Sexé (feat. Plies)
15. Pretty Diamonds (feat. Chris Brown)
16. Never Settle

Record Label: Def Jam, CTE World
Released Date: 2016-10-28
Reviewer Rating: ★★★

지지(Jeezy)가 데프 잼(Def Jam)을 통해 메이저 랩 무대를 누빈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독립 노선으로 데뷔했던 2000년대 초 릴 제이(Lil' J)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가 영 지지(Young Jeezy)를 거쳐 이제는 지지(Jeezy)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그는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4년 LA에서 긴급 체포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면서도 랩 게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고, 2015년 [Church in These Streets]를 거쳐 2016년에는 두 장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초 지지가 계획한 대로 올해 두 앨범이 모두 공개되는 건 어려워졌지만, 첫 번째 프로젝트 [Trap or Die 3]는 10월이 되면서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5년 주기로 만들었던 믹스테입 [Trap or Die] 시리즈의 후속작을 정규 음반(full-length) 형식으로 탈바꿈시킨 [Trap or Die 3]는 제목부터 짐작할 수 있듯 시작부터 끝까지 트랩 사운드로 점철되어 있다. 지지의 오랜 서포터이자 최근까지도 함께 작업했던 '트랩 전문가' 프로듀서인 쇼티 레드(Shawty Redd)와 디. 리치(D. Rich)의 비중이 가장 크며,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 It), 디제이 몬티(DJ Monty) 등도 힘을 보탰다. 일단 본작은 타이틀에 걸맞게 잘게 쪼갠 비트와 랩으로 시종일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간다. 특히, 808 드럼의 장인인 쇼티 레드의 주도 아래 달리는 트랩 넘버들("In The Air", "G-Wagon", "U Kno It")은 시네마틱한 사운드와 랩의 조화를 통해 초반의 분위기를 달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무려 일곱 곡을 담당했으나 평이한 감흥을 전하는데 그친 디. 리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레드의 지분이 아쉬울 정도다.

이와 더불어 지지는 이따금씩 귀에 착착 감기는 후렴구로 감흥을 더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Bout That"과 "Recipe"에 담긴 후렴구가 가장 인상적인데, 그중에서도 'I got that recipe'를 연신 외치는 "Recipe"는 가장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과시한다. 다만, 지지의 랩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앨범으로 꼽히는 [Let's Get It: Thug Motivation 101]이나, [Trap or Die] 믹스테입 시리즈에서 가끔씩 찾을 수 있었던 킬링 트랙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펀치라인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현재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트랩 기반 앨범에서 찾을 수 있는 대표 곡이 없고 평이한 이미지가 지배한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게스트 랩퍼들의 지원 역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뱅크롤 프레시(Bankroll Fresh)처럼 지지와 유사한 목소리를 가진 랩퍼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Bout That"에 참여한 릴 웨인(Lil Wayne)의 랩도 기대와 달리 부진했다.

지지는 트랩 프로듀서들과 한두 번 작업해본 선수가 아니라 '베테랑'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비록, 전성기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베테랑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Trap or Die 3]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앨범이라는 건 분명하다. "Recipe"만큼 박진감 넘치고 중독적인 트랩 넘버가 더 있어야 했다. 물론, 평작 수준의 완성도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한 지지의 역량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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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Intro
02. Philo: Metatron: Wisdom
03. The Void (feat. Eamon)
04. Steel Sharpens Steel (feat. Demoz)
05. Iron Tusk (feat. Conway)
06. Limb from Limb (feat. Ransom)
07. The Ghost I Used to Be (feat. Eamon)
08. Herringbone (feat. Ghostface Killah)
09. Moroccan Jewels (feat. Tha Connection)
10. The Coffin
11. Hakim (feat. A.G., O.C.)
12. Hebrew Tao (feat. Jakk Frost)
13. Gospel of the Worm (feat. Ras Kass)
14. Pistolvania Pt. 2 (feat. Jakk Frost, Malik B)
15. Alcapurrias (feat. Agallah, Demoz)
16. Yev Kassem
17. Ninety Three
18. Blood Addiction
19. Writings on Disobedience and Democracy

Record Label: Enemy Soil
Released Date: 2016-10-28
Reviewer Rating: ★★★★

필라델피아 랩퍼 비니 패즈(Vinnie Paz)의 커리어는 헤비 메탈 킹즈(Heavy Metal Kings)를 제외하면 크게 세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그가 걸어온 역사 그 자체인 제다이 마인트 트릭스(Jedi Mind Tricks, 이하 JMT), 둘째는 아미 오브 더 패로우스(Army of the Pharaohs, 이하 AOTP), 그리고 마지막으로 솔로 커리어이다. JMT와 AOTP의 주축이면서도 남은 기력으로 솔로 앨범까지 만드는 그의 성실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니는 이번 [The Cornerstone of the Corner Store] 이전까지 2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EP를 제작했을 정도로 솔로 커리어에도 공을 들여왔다.

그의 솔로 커리어는 양적으로만 충분했던 것이 아니라, 방향성이 명확했기 때문에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스툽(Stoupe)과 씨-랜스(C-Lance)를 메인 프로듀서로 두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이들을 섭외해 왔으며, 게스트 랩퍼 또한 다양하게 초대하곤 했다. JMT의 탈퇴와 재가입을 수차례 반복하던 저스 알라(Jus Allah)도 그의 솔로 앨범에서는 잠시 지나가는 게스트일 뿐이다. 이렇게 JMT, AOTP의 커리어와 뚜렷하게 차별화를 둔다는 점은 세 번째 솔로 앨범에서도 변함이 없다. 누구보다도 비니 패즈 본인이 앨범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힘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다양한 랩 게스트를 섭외하는 건 비니 패즈의 강한 랩이 자칫 청자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화 역할을 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이는데, 이는 현명한 선택인 듯하다.

이번 앨범도 평소 친분이 있던 프로듀서들의 조력으로 완성했는데, '90년대 붐-뱀(Boom Bap) 스타일의 비트를 활용한 것이 눈에 띄는 강점이다. 초반부 "Philo: Metatron: Wisdom"과 "The Void"로 이어지는 부분이 특히 압권이다. 각각 오 노(Oh No)와 벅와일드(Buckwild)의 공이 크다. 관악음을 기반으로 하는 "Philo: Metatron: Wisdom"의 웅장함에 압도되고, 귀에 착착 감기는 드럼과 비니의 랩, 그리고 이먼(Eamon)의 코러스가 삼위일체를 이룬 "The Void"에 재차 감탄하게 된다. 후반에 배치된 "Nineteen Ninety Three"도 붐-뱀 스타일로 괜찮은 그루브를 제공하지만, 초반 두 곡의 기세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씨-랜스를 위시한 타 프로듀서들의 비트도 전반적으로 비니 패즈의 랩과 나쁘지 않은 조화를 이룬다. 비트보다는 랩이 앨범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대체로 강한데, 말 많고 탈 많은 시절을 지나 솔로 1집 시절부터는 큰 문제가 없었던 비니의 랩이 어느덧 앨범을 리드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독할 정도로 드럼 루프에 정확하게 맞추는 정박의 랩을 시종일관 구사하지만, 정교하고 탄탄한 라임으로 점철되어 있어 오래 전 나온 우려 섞인 목소리가 무의미할 따름이다. 그의 가사는 테러리스트의 기세를 보이다가도, 때로는 호러코어(Horrorcore)로 돌변하기도 하는데, AOTP의 주축인 애퍼씨(Apathy)나 셀프타이틀드(Celph Titled)처럼 휘황찬란한 랩은 없지만, 안정감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싸이코레스(Psycho Les of Beatnuts), 세븐엘(7L), 그리고 스툽(Stoupe)의 비트는 기복이 심하지 않으나, 씨-랜스가 비트를 제공한 "Hakim"과 같은 난잡한 비트의 곡을 수록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D.I.T.C. 진영의 랩퍼 에이지(A.G.)와 오씨(O.C.)의 참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나, 다분히 실험적이고 난잡한 비트가 문제인데, 앨범의 일관성을 해치기 때문에 보너스 트랙으로 넣었어야 납득할만한 곡이었다. 그러나 씨-랜스는 이렇게 의구심을 유발시키다가도, 마지막 트랙에서는 굉장한 위용을 과시하여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케 한다. 미국 근현대사를 무려 여섯 개의 벌스(verse)에 걸쳐 타이트하게 논하는 "Writings on Disobedience and Democracy"는 수시로 비트를 달리하는 씨-랜스의 조력과 비니의 앞만 보고 달리는 랩이 찰떡궁합을 이룬 명곡이다.

앨범은 완벽하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안정적인 랩을 기반으로 한 시간을 알차게 채웠다. 의식적으로 JMT, AOTP와 차별화를 두려는 기획력 또한 칭찬할만한 점이며,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하이톤의 랩은 게스트들의 랩과 효과적으로 융화되었다. 기존의 솔로 앨범에 만족했던 팬이라면 이번 앨범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처럼 탄탄한 완성도 덕에 묵묵하면서도 꾸준하게 랩 커리어를 쌓는 비니의 태도는 더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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