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단평 | Posted by epmd 2017. 10. 19. 09:14

Testament [Brotherhood of the Snake]

누군가의 말을 빌자면 [스래시 메탈 그 자체]라는 테스타먼트(Testament) 11집.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차량을 운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다.

작년 하반기에 구매한 메탈리카(Metallica)의 새 앨범보다 이 앨범이 훨씬 더 좋았다. 솔직히 압도적으로 이 앨범을 더 좋아했다. The Pale King - Stronghold로 이어지는 초반부가 가장 좋고, 마지막 트랙인 The Number Game까지 박진감이 이어진다.

언제나 혼자 듣고 있어서 아쉬울 뿐이다. 이런 앨범은 LP 바 같은 곳에서 틀어주지도 않는다.





Testament - The Pale King




Testament - Stronghold




Testament - The Number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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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단평 | Posted by epmd 2017. 10. 3. 18:07

EPMD [Out of Business] (1999)

 

확실하지는 않지만 2003년이었던 것 같다. EPMD의 위력을 실감하고 앨범을 하나둘씩 섭렵하고 있었는데 아는 형이 이 앨범을 추천해 주셨다. 당연히 만족스러웠다.

 

EPMD가 언제나 그랬듯 이 앨범도 플래티넘 획득은 실패했지만, 내용물은 알차다. "Symphony"와 "Symphony 2000"이 앨범을 대표하지만, 특정 트랙만 좋은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괜찮다. 첫 곡에서 록키 OST를 기가 막히게 샘플링해서 잠시 설레는 순간도 있고, ODB의 목소리를 샘플링한 "You Got Shot"도 무척 좋아했다.

 

아무튼 '폐업'이라는 타이틀이 허언은 아니어서, 당시 이들은 실제로 해체했다. 이후에 재결합하기도 했지만 이 앨범은 데프 잼(Def Jam)에서 만든 마지막 앨범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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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단평 | Posted by epmd 2017. 10. 3. 18:04

Erick Sermon [Music] (2001)

 

마빈 게이(Marvin Gaye)의 보컬을 샘플링한 "Music"이 앨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심지어 곡명부터 앨범 타이틀과 같은 이름이다. 제이 레코드(J Records)와 계약하고 만든 첫 솔로 앨범인데, 아마 작정을 하고 대중 친화적인 솔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No Pressure], [Double or Nothing] 등 예전에 보여준 붐-뱁 힙합에서 탈피한 느낌이 강하며, 신나는 노래가 많다. 물론, 대중 친화적이라고 욕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Music"이나 "Do-Re-Mi"를 들으면 어깨가 들썩거리곤 했는데, 그걸 애써 부정할 이유가 있겠는가? 예전 작품과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 정성을 들여 만든 앨범인 건 맞다. 가벼운 마음으로 듣기 좋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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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단평 | Posted by epmd 2017. 10. 3. 18:02

Company Flow [Funcrusher Plus] (1997)

 

엘-피(El-P)의 음악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던 2003년 즈음부터 들어봤던 앨범이다. 멤버는 엘-피, 빅 주스(Bigg Jus), 미스터 렌(Mr. Len) 이렇게 3명이다. 해체 후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이어간 선수는 엘-피가 유일했다.

 

앱스트랙 힙합(Abstract Hip Hop)의 최전선에 섰던 엘-피의 '90년대 대표적인 행보라고 보면 되며, 난해하거나 암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때로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초반의 "8 Steps to Perfection" - "Collude / Intrude"로 이어지는 구간이 굉장히 묵직하다.

 

파격적이었던 엘-피의 2000년대 솔로 앨범 [Fantastic Damage]와 꽤 비슷한 느낌이라 보면 된다. 그루브의 미학과는 거리가 있지만, 엠씨 힙합을 좋아하고 앱스트랙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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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나보다 네 기수 높은 동아리 선배 한 분이 내 손에 1000원짜리 지폐를 쥐어주며 자판기 커피를 사람 수만큼 들고 오라고 지시했다.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동아리방에 있는 LP 가운데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Images and Words] LP를 나에게 주시면서, LP를 쟁반 삼아 자동판매기 커피 여러 컵을 수령해 오라고 하셨다. 내가 속했던 동아리에 똥군기 같은 건 없었고, 나에게 장난삼아 지시했던 그 형에게도 악감정은 전혀 없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당시의 상황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선배가 무엇을 지시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진취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던 게 가장 아쉽다. 그런 일을 겪었으면 [Images and Words] 앨범에 호기심을 갖고 들어봤어야 하는 건데, 힙합 음악의 소화에만 심취했던 당시의 나는 명반을 들어볼 좋은 기회를 걷어찼다.

 

정작 [Images and Words] 앨범을 좋아하게 된 건 한참 지나서였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좋아하는 상태에 이르게 됐는데,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내한공연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이 무려 여덟번째 내한이라고 한다. 인터파크에서 예매하여 공연 당일까지 한 달을 기다렸고, 2017년 9월 16일 드디어 그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연장인 올림픽 홀 바깥에 도착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관객들을 지켜봤는데, 평균 연령이 적어도 38세는 넘는 듯했다. 한국 나이로 35세인 내가 젊은 축에 속하는 게 확실했다. 50대 아저씨 아줌마 팬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2009년 조용필 공연 이후 직접 보는 콘서트 가운데 가장 높은 연령대의 관객들과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CD와 티셔츠도 판매했는데, 정작 내가 찾는 앨범은 없었다. [Images and Words] 25주년 티셔츠도 그리 예쁜 것 같지는 않아서 구매를 포기했다.

 

 

공연 시작 시간 10분이 남았을 때 공연장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봐도 평균 연령대가 불혹은 확실히 넘는 것 같았다. 나는 진정한 젊은피였다. 정확한 연령대는 알 수 없지만, 20대 관객보다 30~50대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공연이었던 건 확실하다.

 

놀랍게도, 주최측은 내가 증오하는 코리안 타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6시 정시에 공연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제임스 라브리에(James LaBrie)의 보컬을 제외한 모든 것이 초반부터 완벽에 가까웠다. Born in 1963이니 이연걸, 견자단과 동갑이고, 나보다 무려 20살을 더 드신 형이니 어쩔 수가 없다. 예전에는 성대에 이상이 생겨 투어를 중단하고 창법까지 바꿨다는 아픈 과거를 나도 알기 때문에 보컬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트 리스트는 크게 3개 파트였다. 오프닝 8곡 후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진 뒤, [Images and Words] 8곡, 그리고 앵콜 ([Change of Seasons] EP) 7곡이었다. 사실 내가 드림 시어터의 엄청난 팬이 아니기 때문에 오프닝 곡들은 모르는 곡이 더 많고, [Change of Seasons]는 들어보지도 않아서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
오프닝
1. The Dark Eternal Night
2. The Bigger Picture
3. Hell's Kitchen
4. The Gift of Music
5. Our New World
6. Portrait of Tracy (Jaco Pastorius cover) (John Myung solo)
7. As I Am (bridged with an excerpt of Metallica's 'Enter Sandman')
8. Breaking All Illusions
-------------------------------------------------------
휴식 시간
-------------------------------------------------------
[Images and Words]
0. (Happy New Year 1992 - Intro Tape)
1. Pull Me Under
2. Another Day
3. Take the Time (extended outro with a John Petrucci guitar solo)
4. Surrounded
5. Metropolis Pt. 1: The Miracle and the Sleeper (with a drum solo by Mike… more )
6. Under a Glass Moon
7. Wait for Sleep (with extended keyboard intro)
8. Learning to Live
-------------------------------------------------------
[Encore]
1. Change of Seasons: I The Crimson Sunrise
2. A Change of Seasons: II Innocence
3. A Change of Seasons: III Carpe Diem
4. A Change of Seasons: IV The Darkest of Winters
5. A Change of Seasons: V Another World
6. A Change of Seasons: VI The Inevitable Summer
7. A Change of Seasons: VII The Crimson Sunset
-------------------------------------------------------

 

[Images and Words]를 정주행하는 시간에는 다수의 관객이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명반을 기억하는 한국의 아재 팬이 얼마나 많은지를 추정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Dream Theater - Another Day

 

세션 주자마다 한 번씩 솔로 퍼포먼스도 보여주고, 때로는 존 마이영-존 페트루치 콤비의 동시 퍼포먼스도 볼 수 있었다. 누구 말마따나 실수하는 순간을 찾기 어려운 밴드였다.

 

EP 앨범의 7곡을 연주하는 앵콜 공연까지 이 똥파워 형들은 대략 3시간을 소화했다. 퇴장하면서 아재들의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는데, (이제 DT 봤으니 여한이 없다), (예전에 한국 왔을 때만큼 잘한다) 등 대체로 좋은 반응이었다.

 

여하튼 나도 만족한다. 제임스 라브리에의 보컬은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 한다.(...) CD 음원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주를 해낸다는 밴드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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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Theater [Images and Words] (1992)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밴드의 대표 음반이지만, 정작 CD로 산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멤버 전원이 가지고 있었던 절정의 기술을 하나둘씩 느끼게 되면서 CD를 미친 듯이 돌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술적인 면만 좋았던 것도 아니다. 어떤 세션이든 화려하다는 느낌 때문에 호감이 점점 더 커졌다. 제임스 라브리에(James LaBrie)의 화려한 보컬이 좋았고, "Metropolis Part I"에서 존 메이영(John Myung)의 휘황찬란한 베이스 라인이 좋았다.

나는 결국 어떤 트랙을 임의 재생해도 다 좋아하는 앨범의 반열에 이 작품도 합류시켰다. 전곡이 다 좋은 앨범은 참 드물다. 나스(Nas)의 [Illmatic],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Mr. Smith] 등 그동안 주로 힙합 앨범 위주로 들었던 만큼 락 앨범은 낄 구석이 거의 없었는데 드림 씨어터의 [Images and Words]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전 곡이 맘에 든다. "Pull Me Under"는 듣는 순간부터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Another Day"의 서정성 등 트랙마다 장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11분이 넘는 마지막 트랙 "Learning to Live"까지 다 좋다. 좋아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보컬을 포함해 모든 세션이 화려하다! 라는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장르 음악, 그 중에서도 힙합을 찾아 들은 지 거의 20년이 됐는데, 예나 지금이나 화려한 랩 퍼포먼스와 기교를 좋아한다. 락 앨범도 마찬가지다. 메탈리카(Metallica)의 "Disposable Heroes"를 좋아하고,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의 1집부터 4집까지를 나만의 명반이라 칭하며 아낀다. 속주를 좋아하고, 속주가 아니더라도 화려한 악기 연주는 늘 맘에 든다. 2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걸 보면 이게 나의 취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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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 in Peace, Robert Miles.

Rest in Peace, Robert Miles. 1969 ~ 2017



내가 로버트 마일즈(Robert Miles)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계기는 참 독특하다. 2001년 말, 나는 대전 격투 게임 콤보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사이트에 자주 방문했다. 그 사이트에서 편집한 동영상 가운데 다수는 로버트 마일즈의 음악을 BGM으로 차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Fable", "Landscape" 등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음악이 게임 영상에 잘 어울리기도 하고 흥이 나기도 해서, 뮤지션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유명한 "Fable"과 "Children"이 수록된 앨범 [Dreamland]를 알게 된 것이다.



Robert Miles - In the Dawn

나는 특이한 과정을 거쳐 그와 그의 음악을 알게 됐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아마도 뉴스 시그널 때문에 그가 만든 음악을 알고 있을 것이다. 로버트 마일즈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In the Dawn"을 들으면 익숙한 음악이라고 호응할 것이다. 실제로 "In the Dawn"은 SBS 뉴스의 시그널로 수 년 동안 활용되었다. 이 곡 또한 [Dreamland]에 수록돼 있다.

음악이라면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흑인음악 위주로 들었기 때문에, 나에게 트랜스는 생소한 영역이다. 로버트 마일즈가 몽환적인 선율과 느린 비트를 근간으로 하는 드림 트랜스(Dream Trance) 계열의 거장이라는 사실 외에는 딱히 아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 때문에 '드림 트랜스 장인'의 이미지보다는 '게임 영상에 깔아놓기 알맞은 BGM을 잘 만드는 뮤지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유가 특이하지만, 어찌됐든 15년 넘게 기억하고 있는 뮤지션이었다.

몇 주 전에 그의 근황을 알게 됐는데,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로버트 마일즈는 2017년 5월 9일 스페인 이비자에서 숨을 거두었다. 암세포와 9개월 동안 싸우다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투병 중에도 활동을 이어가며 열정을 감추지 않았던 뮤지션이었으나, 너무 젊은 나이에 너무 강한 병마와 싸우다 생을 마감했다.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Robert Miles - Children

일렉트로니카에 관심이 있는 사람 가운데 "Children"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Robert Miles - Fable

수십 번을 들어봐도 "Fable"은 보컬 없는 버전이 더 좋다.
Music | Posted by epmd 2017. 2. 11. 14:29

[고등래퍼] 1회 감상평

지금 내가 글을 쓰는 2017년 2월 11일 오후 이 순간, 대한민국 웹 세상은 국내 최초 고교 랩 대항전이라는 부제의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라는 장용준이 조건 만남을 가진 이력이 있다는 얘기부터, 그가 재학 중인 국제학교에 대해 보도하며 장 의원을 공격하는 언론사까지 보인다.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MC 그리의 실력에 대하여 논하는 이도 많다.

장용준의 과거사 같은 이야기는 차치하고, 프로그램 자체만 보더라도 나는 좋은 인상을 얻지 못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당연히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함께 참가자들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이 안일한 준비 과정과 실력 부족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래 전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들보다 랩이나 노래를 더 잘하는 이를 축제 기간에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민망함이 더 커진다. 각 지역구 고교 랩퍼들의 옥석을 가리는 첫 방송이었다고 해도, 보기 불편했던 순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 힘들다.

내가 듣기에도 장용준의 랩이 타 참가자에 비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 더 강했다. 그렇지만 나는 참가자 대부분이 그에 필적하는 퍼포먼스를 해내는 수준의 프로그램을 원했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각 시즌마다 얼마나 민망했던 순간이 많았던가. 기존에 확실하게 준비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을 거듭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이가 꽤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존재 자체가 희귀한 대한민국 여성 랩퍼들을 끌어 모아서 3차 시즌까지 진행했던 것부터 억지성이 뻔히 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예상컨대, [고등래퍼]도 [언프리티 랩스타]처럼 시간의 경과와 함께 참가자들이 실력을 키우는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커 보인다.

방송사 엠넷은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그리고 [힙합의 민족]에 이어 이번에는 각 지역 고등학생을 힙합의 무대로 초대하고 있다. 일련의 기획을 바라보면서 매우 치명적인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연이은 제작은, 오히려 엠넷이라는 단일 경로를 통해서만 랩퍼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선입견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랩퍼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음반, 음원 등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키워야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마치 '힙합 음악 = 엠넷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랩퍼의 인지도를 만드는 음악'이라는 괴이한 공식을 (엠넷의 의도 하에) 수년째 굳히고 있는 것 같다. 장르 음악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그저 쓴웃음만 짓고 있다.

Music | Posted by epmd 2017. 1. 12. 12:25

맞춤법 파괴 가사에 대한 단상

가수라면 적어도 노래 제목은 어법에 신경을 써서 지어야 한다는 견해를 나는 20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다. 참으로 간단한 이 의견에 어긋나는 대한민국 가수는 한둘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김광석, 조용필도 예외는 아니고 말이다.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는 내가 정말 아끼는 故 김광석의 노래이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맞춤법 파괴의 선봉장 같은 제목이 신경쓰이는 노래이기도 하다.

 

-----------------------
난 항상 어떤 초조함이 내 곁에 있음을 느껴
친구들과 나누던 그 뜻 없는 웃음에도
그 어색하게 터뜨린 허한 웃음은 오래 남아
이렇게 늦은 밤에도 내 귀에 아련한데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
그건 너의 마음이 병들어 있는 까닭이야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
-----------------------

 

애잔하다. 광석이형의 목소리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헌데 가사가 왜 저 모양일까 ㅠㅠ

 

-----------------------
그건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야
그건 너의 마음이 병들어 있기 때문이야
-----------------------

 

이렇게 바꾸거나, 운율을 살려 음절의 수를 재량껏 조절해도 된다.
'너의 자신을'이라는 구절부터 어법에 맞지 않는다. '의'라는 조사를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설령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 때문이야' 라고 단어가 생략된 거라고 해도, 일단 가사 자체가 듣기에 너무 어색하지 않은가?
좋게 생각하고 들으려고 해도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거장 조용필도 마찬가지. 19집 앨범에서도 "설렘"이라는 곡은 원래 "설레임"으로 잘못 표기한 흔적이 보인다.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설렘'이 아니라 '설레임'이라고 발음한다.

 

조용필 1집부터 19집까지 모든 앨범을 소장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가 오랫동안 '설레인다'라는 철자 파괴 가사를 수차례 사용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설레임'이라는 잘못된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작사가와 가수 모두 현재의 맞춤법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나도 모든 맞춤법 파괴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의도성이 뻔히 보이는 표기는 너그럽게 넘어가려는 편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작년 방영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부활 3집의 [흐린 비가 내리며는] 등이 그 예이다. 그렇지만 의도적인 것보다는 '몰라서(무식해서)' 혹은 '철자 준수에 관심이 없거나 등한시해서' 맞춤법에 어긋나게 표기한 노래 제목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말과 글이 가져다 주는 파급력이 큰 사람은 그만큼 언어 사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어를 사용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문법은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 맞춤법 공부에 머무르지 않고, 잘못된 글쓰기를 피하는 연습도 병행해야 한다.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이런 이슈에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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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o [Pentoxic] (2008)

협소한 한국 힙합계에서 독창적인 랩을 하는 선수를 알게 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펜토(Pento)의 1집을 샀던 2009년 봄에도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펜토는 관절을 꺾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데 허술하거나 어설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특이한 랩을 구사했고, 그 흡입력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늘 화려하고 현란한 랩을 즐겨 들었는데, 펜토의 1집도 그런 면이 많이 부각되어 있어서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고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앨범의 첫 곡 "Gun Rap"은 수십 번을 들었고, 중반부의 "Commandos"도 좋아했다. 게스트가 많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을 뿐, 창의성으로 따지면 그 해에 이만한 앨범이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