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2. 10. 15. 09:12

Apathy [The Alien Tongue] (2012)



※ 2012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Galaxy Rays (featuring Open Mic) 1994
02. Mic Warz (featuring Naptron, Open Mic & Eternia) 1997
03. Alien Invasion (featuring Open Mic & Naptron) 1997
04. Dark Holy Chronicles (featuring Open Mic & Naptron) 1997
05. Mentalogical (featuring Eternia & Open Mic) 1997
06. East Coast Stompin (featuring Dallas & K-Squared) 1996
07. Lyrical Terrorist (featuring Louie Montalvo & Mr. Mayday) 1995
08. The Chosen (featuring Dark Seid & Eternia) 1997
09. The Big Hurt (Unreleased Demo Version) (featuring Punchline, Wordsworth, AL, Wiseguy & Gaston) 1997
10. Voices In My Head (featuring Eternia) 1997
11. We Get Down (Unreleased Demo Version) 1997
12. Adam & Eve (featuring Eternia) 1997
13. Fire In The Sky 1997
14. Head Nod Body Move (featuring Open Mic) 1998
15. Tell Me Why (featuring Open Mic) 1998
16. Triumph Freestyle (featuring Eternia) 1997
17. Enemy #1 Freestyle (featuring Eternia) 1997
18. Last Days Freestyle 1997
19. Open Mic (Unreleased Instrumental) 1999
20. Secret Society (Unreleased Instrumental) 1998
21. A Real Emcee (Unreleased Instrumental) 1998
22. Study In Secrecy (Unreleased Instrumental) 1996
23. Launch (Unreleased Instrumental) 1998
24. The Alien Tongue (Unreleased Instrumental) 1996
25. Nights Like These (Unreleased Instrumental) 1996
26. Meanwhile On Mount Olympus (Unreleased Instrumental) 1997

Record Label: Dirty Version Records
Released Date: 2012-09-11
Reviewer Rating: Not Rated

왕성한 활동량과 누구나 인정할 만한 실력을 통해 보스턴 언더그라운드의 간판으로 불리게 된 애퍼씨(Apathy)의 앨범 발매 행진은 올해도 그칠 줄 모른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작(多作)의 황제답게 부틀렉(Bootleg) 앨범의 세 번째 시리즈 물과 미공개 트랙 모음집을 같은 날짜에 발매하는 과감함으로 승부한다. 지금 언급하려는 앨범은 후자인 데모 트랙 모음집 [The Alien Tongue]이다. '94년부터 '98년까지 애퍼씨의 10대 시절에 녹음된 곡들이 담겨 있는데, 미공개 모음집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앨범의 음질도 썩 좋지는 않은 편이다. 드럼 소스의 음량이 곡마다 불균형을 이루는 등 세련미가 확실히 떨어지지만, 다행스럽게도 하나의 곡 자체가 끝날 시점이 아닌데도 어설프게 끝나버리는 식의 부실한 결과물은 찾아볼 수 없는데, 함량 미달의 곡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15년 전에 녹음했던 결과물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라면 준수한 축에 속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다작의 상징이 발표한 앨범답게 [The Alien Tongue]은 80분에 육박하는 꽉 찬 러닝타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80분이라는 긴 시간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앨범이 절대 아니다. 미공개 트랙, 이미 공개된 곡의 오리지널 버전, 프리스타일, 랩 없이 비트만으로 이루어진 트랙 등을 일렬로 집합시켰으며, 애퍼씨, 알 맥라란(Al "T" McLaran), 오픈 마이크(Open Mic) – 이렇게 세 명의 프로듀서가 대부분의 비트를 만들었다- '90년대에 만들어진 음원답게 묵직하고 의도적인 조악함이 느껴지는 사운드가 가득하다.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애퍼씨의 타 앨범과 마찬가지로 보컬리스트를 활용한 코러스는 많지 않으며, 사운드만으로 이루어진 트랙보다는 애퍼씨의 장기인 정확하면서도 빠른 랩이 담긴 곡들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편이다.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수록된 인스트루멘탈 트랙의 질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차라리 그런 곡에도 랩을 얹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ark Holy Chronicles", "Mentalogical" 등 감칠맛 나는 랩이 줄을 잇는 초•중반부가 확실히 더 매력적인 것을 보면, 그런 아쉬움이 더 커진다. 그만큼 애퍼씨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펼치는 랩이 타이트하다는 증거다. 때로는 당시의 애퍼씨가 10대였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될 정도이다.

청자의 입장에서, 미공개 곡의 모음집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고려하고,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본 작을 소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애퍼씨의 10대 시절 역량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들어본다면, 만족감을 줄 것이다.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명곡 "Triumph"의 비트에 프리스타일 랩을 했던 흔적처럼 예상치 못한 재밋거리도 발견할 수 있고, 캐나다 출신의 여성 랩퍼 이터니아(Eternia)의 첫 레코딩 앨범이라는 뜻하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특히, 첫 곡 "Galaxy Rays"는 애퍼씨가 '94년 15세의 나이에 했던 랩이 담긴 곡인데, 이렇게 오래된 곡은 랩의 수준 여부를 떠나 접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 시절을 확인하는 격'인 작품이며, 애퍼씨의 팬과 '90년대 힙합의 향수를 좇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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