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2002년 디제이 혼다(DJ Honda)와 함께 방한했던 힙합 듀오 EPMD(이피엠디). 수년간 소문만 무성하던 EPMD의 재결합설이 작년 말부터 기정사실로 되면서 골수팬들의 마음은 벌써 들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들의 공적을 되짚어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진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는 생각에 EPMD의 발자취를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고자 한다.
초기시절 ~ '92년
뉴욕 출신의 '68년생 동갑내기 듀오 에릭 서먼(Erick Sermon a.k.a E-Double)과 패리쉬 스미스(Parrish Smith a.k.a PMD)가 EPMD-Erick and Parrish Making Dollars의 약자-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이다. '88년 Sleeping Bag 레이블과 계약하고 만들어낸 데뷔작 [Strictly Business]는 EPMD를 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손꼽히곤 한다. 그들은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릭 제임스(Rick James), 잽 밴드(Zapp Band),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등의 음원을 적극 활용하며 데뷔 시절부터 완성도 높은 훵키 힙합 스타일을 선보였다. 쿨 앤 더 갱의 "Jungle Boogie"를 샘플링한 "You Gots to Chill"이나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Rock Steady"를 활용한 "I'm Housin'" 등은 히트 싱글로서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곡이었고, 앨범은 골드 레코드(50만장 판매)가 되었다. '89년의 소포모어 앨범 [Unfinished Business]는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R&B/Hiphop 차트 1위를 석권하며 흥행몰이를 이어갔고, 당시 Sleeping Bag 레이블이 겪었던 재정난은 그들이 데프 잼(Def Jam)으로 적을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데프 잼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90년대 초반 만들어낸 [Business as Usual]과 [Business Never Personal] 또한 10여 년이 지난 지금 명작으로 일컬어지곤 한다(참고로 이 시절부터는 앨범 크레딧에서 디제이 스크래치(DJ Scratch)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Business as Usual]엔 엘엘 쿨 제이(LL Cool J)와 함께한 불후의 명곡 "Rampage", 레드맨(Redman)의 데뷔앨범에도 중복 수록된 "Hardcore" 등 양질의 곡들이 대거 담겨 있었고, 성적 발언이나 Wack MC에 대한 서슴없는 비난 등 거침없는 가사가 주를 이뤘다. 그리고 그들의 6장의 앨범 가운데 유일하게 절판되어 현재 중고 앨범 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Business Never Personal]에는 "Crossover"와 "Head Banger"와 같은 걸출한 싱글들이 포함되어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EPMD, 케이-솔로(K-Solo), 다스 이펙스(Das EFX), 레드맨, 허리케인 지(Hurricane G) 등으로 구성된 히트 스쿼드(Hit Squad) 패밀리가 탄생한 시기도 이 무렵이었다.
해체와 재결합
EPMD는 '93년 초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몇 해 전 더 소스(The Source)지에서 힙합 씬 150대 사건을 열거한 적이 있었는데, EPMD의 해체가 기록됐던 것을 보면 당시 그들의 결별 선언은 정말 큰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에릭과 패리쉬는 솔로 활동과 타 뮤지션 앨범 작업을 병행하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EPMD 시절만큼의 흥행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두 남자는 '90년대 중반 각각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고, 동시에 에릭 서먼은 레드맨과 키스 머리(Keith Murray)의 데뷔 앨범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다스 이펙스의 앨범은 PMD가 늘 크나큰 비중을 차지했다. '97년엔 다시금 의기투합하여 EPMD의 포맷으로 귀환하기도 하는데, 컴백 앨범 [Back in Business]는 "Never Seen Before", "Da Joint", 1집의 "You Gots to Chill"의 후속곡 격인 "You Gots to Chill '97" 등 그야말로 "EPMD 다운 트랙"으로 중무장하여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다. 'EPMD - Erick and Parrish Millenium Ducats'라는 또 하나의 재미난 약자를 만들어내며 "Symphony 2000"과 같은 멋진 곡을 싱글 컷한 [Out of Business]를 끝으로, 그들은 '폐업(Out of Business)'이란 타이틀처럼 EPMD로서의 활동을 마감하는 듯했다.
또 한 번의 재결합
[Out of Business] 이후 둘은 또다시 솔로 활동과 외부 작업에 전념했다. 에릭은 제이(J) Record와 모타운(Motown)에서 무려 석 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레드맨, 키스 머리와 함께 데프 스쿼드(Def Squad)의 앨범을 만들기도 했으며, PMD는 솔로 앨범 [The Awakening]의 제작과 디제이 혼다와의 합작에 주력하곤 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는 것으로 일단락된 것 같았던 듀오의 재결합 소식이 들려온 것은 2006년 말이었다. 에릭과 패리쉬, 그리고 디제이 스크래치는 작년 10월 락 더 벨스(Rock The Bells) 투어에서 함께하며 EPMD의 재결합을 알렸고, 12월엔 키스 머리까지 합세하여 EPMD의 이름으로 "The Main Event"라는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머지않아 드러나게 될 새 앨범의 타이틀은 [We Mean Business]라고 한다. 흥행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힙합 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두 거성의 새로운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은 힙합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사족
1. 그룹 이름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EPMD를 에릭 서먼과 패리쉬 스미스만으로 이루어진 2인조 랩 그룹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초창기 시절엔 디제이 다이아몬드 제이(Diamond J)와 케이 라 보스(K La Boss)가 멤버에 포함되어 있었고, '9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객원 멤버 디제이 스크래치를 포함한 3명의 그룹으로 간주하기도 한다([Back in Business] 앨범 부클릿을 살펴보면 셋이서 함께 찍은 사진도 찾아볼 수 있다). 항상 에릭과 패리쉬가 그룹의 주축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감초 역할을 하던 디제이들의 비중도 간과하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자리를 빌려 언급한다.
2. EPMD 1집의 "I'm Housin'"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이 [Renegades](2000, Epic)앨범에서 커버한 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3. EPMD의 앨범 판매고를 살펴보면 플래티넘(100만장) 앨범이 없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매 앨범마다 골드를 기록했지만 플래티넘을 따내진 못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발굴해낸 다프 이펙스와 레드맨의 앨범 중엔 플래티넘을 획득한 앨범이 있다.
4. 현재 EPMD의 마지막 앨범으로 남아있는 [Out of Business]의 2번째 CD인 리미티드 에디션 앨범은 EPMD의 베스트 앨범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Greatest Hits'가 아니라 오리지널 버전을 재각색한 뉴 버전의 곡들이 6개나 수록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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