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스쿱(Skoob)과 크레이지 드레이지(Krazy Drayz)는 '88년 버지니아 대학에서 동일한 학문(영문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연스레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다스 이펙스(Das EFX)라는 그룹명의 'Das'는 두 멤버의 닉네임인 Drayz와 Skoob에서, 그리고 'EFX'는 'effects'에서 따왔다고 한다. EPMD가 심사를 맡았던 콘테스트에 참가하여 비록 우승하진 못했지만 워낙 독특했던 랩 스타일이 PMD의 시선을 사로잡는 바람에 머지않아 이스트웨스트(Eastwest) Records와의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그들의 데뷔 시절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유명한 일화이다. 특정 단어를 '-iggity'로 바꾼 가사(예를 들어 Riggity-row, liggity-love, diggity-doubt와 같은 형태)와 혀를 마구 놀리는 듯한 일명 'Tung-Twisting' 스타일의 랩을 유감없이 쏟아낸 데뷔작 [Dead Serious](1992)는 랩 계에 크나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앨범이었고,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힙합의 역사를 다루는 데에도 빠지지 않는 걸작으로 자리 잡았다. 다스 이펙스만의 특이한 랩 스타일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싱글 "They Want EFX"가 앨범의 흥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듬해엔 그들을 발굴한 EPMD도 획득하지 못한 플래티넘을 따내는 대성공을 거둔다.
팀버랜드 신발이 유난히 눈에 띄는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Baknaffek", "Freakit" 등의 싱글이 수록된 2집 [Straight Up Sewaside](1993)에선 1집의 속사포 같은 랩과 "-iggity"가 난무하는 스타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랩의 속도를 늦추며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Dead Serious]의 대성공 덕분인지 2집도 골드를 기록하며 흥행 성공을 이어갔다. 2년간의 공백 기간을 거쳐 다프 이펙스만의 스타일도 슬슬 식상해질 무렵 그들은 이지 모 비(Easy Mo Bee),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피트 락(Pete Rock), 디제이 클락 켄트(DJ Clark Kent) 등의 프로듀서와 작업하며 걸출한 앨범으로 돌아오는데, 그것이 바로 5장의 정규 앨범 가운데 한국 힙합 리스너들에게 가장 잘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Hold It Down]이다. 비록 앞서 발표한 두 앨범에 비해 판매량은 초라했지만, 스쿱과 크레이지 드레이지는 [Hold It Down]을 통해 스트릿 힙합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또 다시 3년의 공백 기간을 거쳐 만들어낸 [Generation EFX](1998)는 전작들과 확연히 대조되는 -전자음이 난무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와 레드맨(Redman), 에잇-오프(8-Off), PMD 등 게스트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히트 싱글의 부재로 결국 '실패한 앨범'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베스트 앨범을 거쳐 참으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2003년에는 5번째 앨범 [How We Do]를 발표하지만, 시간의 공백이 너무나 컸는지 이 또한 사실상 '묻혀버린 앨범'이 되고 말았다.
결국 특이한 랩 스타일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다스 이펙스라는 브루클린 랩 듀오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슬슬 잊혀 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힙합의 가사 측면에 있어 다스 이펙스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스타일 -특정 단어를 '-iggity'로 대체하는 특이한 가사와 횡설수설 이야기하는 넌센스 랩 등- 은 수년의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들어봐도 여전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알게 모르게 많은 래퍼들이 모방했다고 하는 '-iggity' 랩과 매 앨범마다 컨셉으로 내세웠던 '하수도 문화', 그리고 그들이 즐겨 입었던 밀리터리 룩은 다스 이펙스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것들로 팬들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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