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or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Club Shoutouts
2. Are You Ready For This?
3. Illegal Business Remix 2004
4. The Prayer of Afrika Bambaataa
5. You Gon Go?
6. Phucked
7. A Call To Order: Spoken by Afrika Bambaataa
8. Everybody Rise
9. Stop Skeemin' (feat. Joe)
10. ...And then Again...
11. My Mind is Racing
12. Here We Go (Produced by Q-Bert)
13. Me Man
14. Feel This
15. Dream
16. I Been There
17. Freestyle Ministry (Server Verbals)
18. The I (feat. mad lion)
19. Bucshot Shoutout
20. Rap History (feat. Afrika Bambaataa)
21. Let 'em Have It
22. Still Spittin'
23. The Cutclusion
Record Label : Grit
Released Date : 2004-07-13
Reviewer Rating : ★★★
타 흑인음악 장르에 비해 역사가 짧은 힙합 음악 내에서 수년간 끊임없이 새 앨범을 내놓는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80년대 명성을 떨치던 선수들이 21세기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해 보라.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 쿨 쥐 랩(Kool G Rap) 등의 이름은 이제 신작을 발표하는 타 뮤지션의 피쳐링 명단에서만 간간히 볼 수 있게 되었고, 쿨 모 디(Kool Moe Dee), 슬릭 릭(Slick Rick)과 같이 역시나 한 인물 하던 선수들의 이름도 최근엔 그 어떤 앨범 크레딧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소위 '올드스쿨 시절 뮤지션'이란 이름의 카테고리로 분류되곤 하는 이들 중 다수는 여전히 뮤직 비즈니스에 종사하며 음악과 떼놓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더 이상 자신들이 서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대부분 주류의 무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동년배의 뮤지션 중 현재까지도 매 해마다 한 장 이상의 신작을 선보이며 혈기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자기 나이 환갑이 될 때까지도 힙합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고 공언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KRS-One(이하 KRS)이다. 넬리(Nelly)와의 디스 전쟁에 의해 손상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자존심 강한 건 변함없는,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이 형님은 언제부터인가 자이브(Jive)에서의 앨범 발매를 멈추었고, 인디 씬에서 정규 앨범과 믹스테잎을 비롯한 신작들을 끊임없이 발표하는 탓에 '앨범 공장장'이란 다소 우스꽝스러운 닉네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태이다.
2004 New Release : Keep Right
앨범 공장장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듯 수년간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해온 KRS였지만, 그가 2004년 또 하나의 신작을 내놓으며 우리 곁에 다가왔을 때만큼은 국내 팬들도 다작 여부를 떠나서 KRS의 신보에 꽤 큰 기대를 걸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전작인 [Kristyles](같은 해에 [D.I.G.I.T.A.L]이란 타이틀의 앨범도 나왔지만 기존에 발표한 곡들을 여럿 포함하는 앨범인지라 신작이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편의상 전작을 [Kristyles]로 간주한다)가 국내에 라이센스 되면서 나름대로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Kristyles]는 그가 코흐(Koch) 레이블에서 발매한 3장의 정규앨범(나머지 두 장은 [Spiritual Minded]와 [Sneak Attack])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대중에게 어필하기에도 충분했던 수작이었기에 [Kristyles]를 접한 사람들이 차기작에 기대를 건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후속작 [Keep Right]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결론부터 딱 잘라 말하자면 '기대에 못 미치는 앨범'이다. 좀 더 짧고 단호하게 표현하자면 '산만한 앨범'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인트로/아웃트로 형식의 곡을 머리와 꼬리에 배치하고, 23트랙 중간 중간에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의 연설을 삽입했으며, 보너스 DVD까지 수록되어 언뜻 봐서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상당히 푸짐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작 뚜껑을 열면 석연찮은 구성이 눈에 훤히 보인다. 일단 카운트 베이스 디(Count Bass D)의 앨범을 연상케 하듯 들을만하다 싶은 곡들의 러닝 타임이 대체로 짧은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겠고, 트랙간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디제이 레볼루션(DJ Revolution), 비트마이너즈(Da Beatminerz) 등이 조력자로 나섰던 전작과 달리 도밍고(Domingo), 텐(Ten), 소울 슈프림(Soul Supreme) 등 새로운 프로듀서들의 힘을 빌린 본 작은 어정쩡하게 비슷한 비트들을 한 데 모아 정규 앨범이란 단위로 조합해 보려다 실패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굳이 어색한 부분을 예로 들자면 이런 경우다. ① Black Album Remix와 가리온 싱글 앨범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해진 존 도(Jon Doe)가 주조해낸 트랙인 "My Mind is Racing"에서의 으르렁거림은 왠지 뜬금없게 들리기만 하고, ② "I Been There"와 "The I" 사이에 담긴 "Freestyle Ministry"는 분명 흥겨움을 유발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앞뒤로 배치된 비장한 분위기에 파묻혀버리고 만다. ③ 디제이 큐벗(DJ Q-Bert)의 기교 만점 스크래칭이 곡의 전부인 "Here We Go"는 대체 왜 삽입되었는지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가 없다. 이쯤이면 앨범을 듣는 동안 거슬리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얘기 다한 셈 아닌가...
물론 산만한 구성 속에서도 '역시 KRS다!'라고 소리치게 만들 곡들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재탕 소릴 들을만하지만 나름대로 강렬한 비트를 장착하여 재구성한 'Illegal Business Remix 2004'는 80년대 BDP 시절의 오리지널 버전을 한 층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교도소에 수감된 지인을 만나는 가슴 찡한 스토리를 통해 좀처럼 보기 힘든 '차분한 KRS-One'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Stop Skeemin'"이 가져다주는 이채로운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Feel This"와 "I Been There"를 통해 단어반복을 주특기로 하는 KRS 특유의 워드플레이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할 수도 있고("I Been There"의 I talk how I talk when I talk cause I been there / I walk how I walk when I walk cause I been there와 같은 가사), 슈파스티션(Supastition), 엘 다 헤드터쳐(L Da Headtoucha), 아크바(Akbar) 등 여러 후배들과 함께 화려한 랩의 향연을 수놓는 "Still Spittin'"과 같은 '떼창'도 존재한다(이토록 멋진 곡을 어째서 앨범 후반부에 배치시켜 뒤늦게야 맛보게 한 것인지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앨범의 최대 결점으로 지적되는 '엉성한 구성'은 이렇게 중간 중간에 배치된 양질의 곡들이 주는 재미마저도 반감시켜버리고 만다.
Our Message to KRS-One
안타깝게도 [Keep Right]을 듣고 있으면 어느덧 힙합 씬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이 다 된 KRS도 이제는 예전만큼 참신한 음악을 들고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는 결론이 나오고, 아울러 한 걸음 더 나아가 힙합(랩) 뮤지션이 롱런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Keep Right]은 KRS의 다작이 초래한 일종의 '시행착오'라고 봐야할 듯하다. 음악 외적인 일에 힘쓰는 동안에도 본업인 힙합 뮤지션으로의 활동 역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수년간 계속해서 새 앨범을 내놓고 있지만 이제는 다작이 오히려 화를 부르는 상태에 돌입한 것 같다. [Kristyles]나 2002년 발매된 [The Mix Tape]처럼 썩 괜찮은 앨범을 내놓을 수 있다면 우리 힙합 리스너들은 KRS가 손에서 마이크를 놓는 그날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지만, [Keep Right]과 같이 어정쩡한 앨범만 만든다면 청중의 대답은 항상 'No, thanks'가 될 것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가 지금 새 앨범을 제작하는 중이라면 제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BDP 시절부터 쌓아왔던 공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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