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1. 4. 24. 22:35

Edan [Beauty and the Beat] (2005)


※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Polite Meeting
2. Funky Voltron
3. I See Colours
4. Fumbling Over Words That Rhyme
5. Murder Mystery
6. Torture Chamber
7. Making Planets
8. Time Out
9. Rock and Roll
10. Beauty
11. The Science of the Two
12. Smile
13. Promised Land

Record Label : Lewis Recordings
Released Date : 2005-03-29
Reviewer Rating : ★★★★

언제부터인가 많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클리쉐(cliche)만을 생산하고 있다는 말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독특함이 사라진 진부한 표현이나 전 작과 다를 바가 없는 획일화된 모습에 사람들이 슬슬 염증을 느끼고 있는 암울한 판국이다. 뮤지션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조차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니 청자들은 당연히 이채롭고 대안적인 힙합 음악을 학수고대 할 수밖에 없고, 2005년 보스턴 진영의 다재다능한 인물 이단(Edan)이 [Beauty and the Beat]를 내놓자마자 평단과 마니아들에게 무수한 관심과 찬사를 받았던 것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현 상황과 맞물려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단이 행한 '60 ~ '70년대의 싸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과 힙합을 접목시키는 보기 드문 모습은 참신함에 목말라 있는 마니아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1집 [Primitive Plus]와 믹스 앨범 [Sound of the Funky Drummer]를 통해 올드스쿨 힙합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던 이단은 사실 힙합 음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전까지 비틀즈(Beatles),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비치 보이스(Beach Boys) 등 '60년대 뮤지션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유년시절 들어왔던 그러한 음악이 [Beauty and the Beat]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단은 '싸이키델리아 힙합'을 앨범의 콘셉트로 잡고 그것에 충실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간 보여 왔던 올드스쿨 브레이크 비트를 '60년대 싸이키델릭 뮤지션의 기타/보컬 샘플과 절묘하게 조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물론 데 라 소울(De La Soul)이 데뷔작 [3 Feet High & Rising]에서 앨범 커버를 비롯한 부가적인 요소들을 통해 싸이키델릭-힙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단은 그와 달리 아예 앨범 전반에 걸쳐 힙합과 록을 융합하려는 당찬 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하나의 곡에서조차도 비트가 두 세 차례 뒤틀리며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스킷(skit) 없이 34분의 짧은 시간동안 모든 트랙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이어지며 리스너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앨범 전반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된 비트메이킹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러한 사운드와 이단(+게스트)의 랩이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단의 플로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편은 아니나, 시종일관 변화무쌍한 싸이키델릭-힙합 사운드와 어울리는 데에는 어색함이 없다. 전 작부터 항상 등장했던 '80년대 힙합퍼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은 쿨 모 디(Kool Moe Dee), 콜드 크러시 브라더스(Cold Crush Brothers), 런-디엠씨(Run-DMC) 등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는 "Fumbling Over Words That Rhyme"으로 재현되고, 환각제 없이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I See Colours"를 통해 드러난다('Can't you see it brother? / Without the LSD I see colors').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에 대한 일침(My mental fabric too thick for Lenny Kravitz / Who imitates Jimi Hendrix in every facet)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Rock and Roll"은 비틀즈, 도어스(Doors) 등 '60년대 뮤지션들에 대한 언급으로 "Fumbling Over Words That Rhyme"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보스턴의 또 다른 만능 재주꾼 인사이트(Insight)는 "Funky Voltron", "The Science Of The Two"에서 언제나 그래왔듯 쉴 새 없는 랩으로 이단에 응수하며, 미스터 리프(Mr. Lif)와 퍼시 피(Percee P) 역시 명성에 걸맞은 최고의 verse를 수놓는다. 이단과 게스트들의 명쾌한 랩과 거침없는 사운드는 "Promised Land"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막을 내린다.

이처럼 이단은 높은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싸이키델릭 록과 힙합의 접목'을 제법 훌륭하게 해냈다. 시도 떼도 없이 변하는 사운드에 파묻혀 간혹 랩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과 34분의 짧은 러닝타임(물론 이 역시도 콘셉트적인 요소라 할 수 있지만)만이 아쉬울 뿐, 근래 보기 드문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힙합을 접하기 이전에 '60 ~ '70년대 싸이키델릭 록을 들었던 청자들이 한결같이 본 작을 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는 사례나 흑인 음악에 다소 배타적인 몇몇 매체들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비단 힙합 리스너 뿐만 아니라 록 뮤직 마니아들에게까지도 어필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이와 같이 일종의 '대안적 힙합'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이단의 앨범이 데뷔 후 괄목할만한 발전 없이 침체 상태에 놓인 일부 언더그라운드 힙합퍼에게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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