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면, 유시민 작가의 정계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이가 많이 있음을 작년부터 알게 되었다. 실제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 그의 국정 운영을 바란다며 갑론을박을 반복한다.

그들의 바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나는 유 작가의 정계 복귀를 100% 반대한다. 현재 작가 본인이 만족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명함에는 '지식 소매상'이라는 수식어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지금 그는 이 수식어에 가장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방영 초기부터 꾸준하게 시청하고 있는 [썰전]을 비롯해 많은 강의를 통해 '지식 소매상'의 구실을 하고 있고, 저서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이름이 담긴 서적 대다수는 어느 서점을 가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렇게 열정적인 활동을 통해 좋은 평판을 얻고 있고, 본인도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을 굳이 청와대 요직에 다시 앉힐 필요가 있나 싶다. 만약 그가 다시 정계에 복귀한다면, 다방면에 출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그의 능력이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긴 될 것이다. 경제학자이면서 민주주의와 법학에 대한 공부도 누구보다 많이 하신 분이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는 만큼 그가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국정 분야는 많다.

하지만 나는 국가에 공헌하기 이전에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7년 반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굳힌 신념이 있다.

1. 우리는 돈 버는 기계가 되어 가시밭길을 걷는 힘든 삶을 자처하지 말아야 한다.
2.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 좋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것이 어렵다면 늙기 전에 시도라도 해보는 편이 좋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거나 덜 후회한다.
3. 최소한 입에 풀칠은 할 정도로 돈은 벌되, 하기 싫은 일은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최소화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굳건하게 다져온 나의 입장에서,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는 유시민 작가를 굳이 정계에 데려갈 이유가 있나 싶다.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는 유 작가의 표정은 격한 발언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매우 밝다. 누구보다 보람차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의 얼굴이다. 실제로 유시민 작가 본인도 책과 방송을 통해서 수차례 얘기하곤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했던 참여정부 시절보다 작가 활동에 매진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고, 정계에 다시 발을 들여 놓을 생각이 없다고 말이다.

나는 만약 어릴 때부터 영재 소리를 들었던 카이스트나 서울대 출신의 인재가 있더라도,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산다면 타인이 그의 삶에 관여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만들고 개인이 가꾸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삶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