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 Posted by epmd 2017. 6. 14. 11:43

Rest in Peace, Robert Miles.

Rest in Peace, Robert Miles. 1969 ~ 2017



내가 로버트 마일즈(Robert Miles)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계기는 참 독특하다. 2001년 말, 나는 대전 격투 게임 콤보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사이트에 자주 방문했다. 그 사이트에서 편집한 동영상 가운데 다수는 로버트 마일즈의 음악을 BGM으로 차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Fable", "Landscape" 등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음악이 게임 영상에 잘 어울리기도 하고 흥이 나기도 해서, 뮤지션에게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 유명한 "Fable"과 "Children"이 수록된 앨범 [Dreamland]를 알게 된 것이다.



Robert Miles - In the Dawn

나는 특이한 과정을 거쳐 그와 그의 음악을 알게 됐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아마도 뉴스 시그널 때문에 그가 만든 음악을 알고 있을 것이다. 로버트 마일즈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In the Dawn"을 들으면 익숙한 음악이라고 호응할 것이다. 실제로 "In the Dawn"은 SBS 뉴스의 시그널로 수 년 동안 활용되었다. 이 곡 또한 [Dreamland]에 수록돼 있다.

음악이라면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흑인음악 위주로 들었기 때문에, 나에게 트랜스는 생소한 영역이다. 로버트 마일즈가 몽환적인 선율과 느린 비트를 근간으로 하는 드림 트랜스(Dream Trance) 계열의 거장이라는 사실 외에는 딱히 아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 때문에 '드림 트랜스 장인'의 이미지보다는 '게임 영상에 깔아놓기 알맞은 BGM을 잘 만드는 뮤지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유가 특이하지만, 어찌됐든 15년 넘게 기억하고 있는 뮤지션이었다.

몇 주 전에 그의 근황을 알게 됐는데,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로버트 마일즈는 2017년 5월 9일 스페인 이비자에서 숨을 거두었다. 암세포와 9개월 동안 싸우다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한다. 투병 중에도 활동을 이어가며 열정을 감추지 않았던 뮤지션이었으나, 너무 젊은 나이에 너무 강한 병마와 싸우다 생을 마감했다.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Robert Miles - Children

일렉트로니카에 관심이 있는 사람 가운데 "Children"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Robert Miles - Fable

수십 번을 들어봐도 "Fable"은 보컬 없는 버전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