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Posted by epmd 2015. 8. 1. 10:44

영화 [공공의 적]에 대한 사견


개봉을 앞둔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이 연기한 캐릭터가 손에 꼽히는 악역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현재까지 내 인생의 국산 영화 악역은 조규환(공공의 적 이성재)이다. 그나마 강철중(공공의 적 설경구)은 [공공의 적 1-1]에서 캐릭터 재활용이라도 할 수 있었지, 조규환은 재활용도 불가능한 유니크 캐릭터이다.

[공공의 적] 1편을 아버지와 극장에서 봤다. 대학교 입학 직전이었으니 아마 2002년 2월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와 극장에서 함께 본 영화가 많지 않아서인지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영화 초반부에 조규환이라는 캐릭터의 이중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씬이 있는데, 그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성재 형님이 러닝타임 전반에 걸쳐 꽤 정확하면서도 힘있는 발성의 욕을 들려주면서 멋진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F-word를 남발하다가 '개 똥파리 같은 새끼'라고 중얼거리는가 하면,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는 강철중에게 '사람이 사람 죽이는 데 이유가 있냐?'라는 말까지도 했다. 워낙 임팩트가 커서 나중에 수십 번을 다시 봤을 정도.

[공공의 적] 1편만큼 캐릭터를 잘 살린 국산 영화는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대한민국 영화 중에서는 그랬다. 게다가,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세트로 보유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2편의 정준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악역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 외에 내가 선호하는 강우석 감독의 작품은 많지 않다.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 중고등학교 시절에 본 영화와 2003년의 [실미도]가 그나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 [한반도], [전설의 주먹] 등의 작품은 강감독을 '토속적인 연출'이라는 악수를 두는 감독의 이미지에 가두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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