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Posted by epmd 2017. 1. 16. 12:18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저

유시민 작가가 '영업기밀'이라고 말한 자신의 글쓰기 비법을 고스란히 풀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고쳐야 하는 태도가 너무나 많음을 깨닫고 민망함을 호소하게 된다. 2년 전에 읽고 최근에 다시 한 번 읽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회사원 신분으로 7년 반 동안 생활하면서, 직원 대다수는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맞춤법을 무시한 이메일을 주고 받는 일이 예사였고,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현실에 한탄하는 일이 많았지만, 책을 읽을 때에는 이러한 맹점은 잠시 뒤로 미루고, 다른 점에 주목해 보았다. '못난 글을 피하는 법'이라는 챕터가 안겨주는 교훈이 크다. 중국 글자의 오남용, 만연하는 일본어식 글쓰기와 서양식 글쓰기, 복문과 단문 사용 등 되짚어봐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작가는 복문보다 단문을 많이 쓰기를 권한다. '이것' '저것' '부분' 따위의 단어로 주어나 목적어를 칭하는 '거시기 화법'을 지적하기도 한다(박근혜와 최순실의 사례를 보면 이것이 얼마나 나쁜 습관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자어를 많이 쓰는 것이 품위있어 보인다는 일부의 생각을 전면 부정한다. 유시민 작가는 본인이 예전에 썼던 항소이유서까지 예시로 들면서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작가의 말에 대부분 크게 공감하면서도, 실천이 어렵다. 웹진에 꾸준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단문보다 복문을 쓰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우리말로 표기해도 의사 전달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외국어 표기에 익숙하여 굳이 외국어를 명시한 일도 잦았다.


이러한 좋지 않은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유 작가의 이 책을 통해 최소한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