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로 유명한 이동형 작가와 지승호 인터뷰어가 함께 쓴 인터뷰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은 장점이 매우 뚜렷하다. 인터뷰를 기록집이기 때문에 독자가 대화하듯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동형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을 늘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작가는 글을 어렵게 쓰면 안 된다고 하는 이 작가의 사견이 한 몫을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해주거나, 어렴풋이 기억하던 과거의 일을 다시금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반기문이 어떻게 쪼그라들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는 챕터가 딱 그런 사례이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정치인에 대한 솔직한 평가도 맘에 든다. '정치 오타쿠 이작가의 직설 혹은 독설'이라는 부제에 걸맞은 직설적 표현이 많은데, 무엇보다도 이 점에 큰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동형 작가의 답변은 대체로 '~인 것 같아요', '~일 수도 있어요'라는 표현보다는 '~때문에 ~된 겁니다', 'A는 B입니다'라는 표현이 더 많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모호한 주장은 드물고,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시원시원한 주장을 하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답답함을 느낄 틈이 없다.
반면에, 총 4개의 영역에 수록된 작은 이야기들의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것이 독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작가와 인터뷰어가 하고 싶은 말들의 주제가 산발적이어서 어떤 이야기가 어떤 영역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복기하기가 어렵다. 2장 '정치 오타쿠의 정치 과외'와 3장 '우리가 무관심할 때 괴물은 깨어난다'에 속한 다수의 챕터가 그 대상이다. 글의 내용과 시원시원한 발언은 좋지만,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고 구분하기 모호한 주제의 챕터도 있다. 그래서 조금 더 명확한 구분점을 갖고 인터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책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가장 재미있는 챕터는 '주요 정치인 30자평'이다. 제목만 30자평이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정치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심상정에 대해서는 후배들을 위해서 자리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평하고, 안철수는 정치 DNA가 없는 사람인데 정치를 왜 하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하며, 박지원은 모든 것을 정치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그런 정치는 이제 끝났다고 직설적인 평을 한다. 다른 사람보다도 이 세 사람에 대한 평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웃었다. 크게 공감하는 평이기 때문이다.
부담 없이 읽고, 나중에 생각날 때마다 발췌해서 또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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