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일은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대결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영상에 담긴 것처럼 화끈한 경기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공격밖에 모르는 바보'의 무차별한 핵펀치는 볼 수 없었다. 상대가 수비의 경지에 오른 만큼 그런 명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심 보고 싶긴 하더라. 에휴...

나는 복싱에 대해 잘 모르는 '복알못'이지만, 오늘 '세기의 대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메이웨더-파퀴아오의 경기를 보기 며칠 전부터 그간 파퀴아오가 치렀던 경기를 꽤 많이 찾아봤다. 오스카 데 라 호야,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 리키 해튼 등과 치른 경기를 모두 어렵잖게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다시 봐도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파퀴아오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드는 영상이었다.

금일 경기 후, 복싱계의 유명인사들이 한 마디씩 했다.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은 계속 이러다가는 권투가 UFC에 밀린다면서 탄식을 했고, 마이크 타이슨은 이 경기를 무려 5년이나 기다렸다고 했으며, 오스카 데 라 호야는 복싱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홍 회장의 발언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수비적인 게임을 과연 몇 명이나 좋아할까? 복싱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르는 대중이 오늘 같은 경기를 보았을 때 복싱 매치를 다시 관람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과 점수 따내기에 급급하여 욕을 먹던 중,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살아남기 위해 룰을 개정했던 태권도의 사례도 머리를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