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치렀다. 약 6~7년 전부터 한번쯤 응시하고 싶었던 시험이다.
시험 출제 기관 정보는 다음과 같다.
- 주최: KBS
- 주관: KBS한국어진흥원
- 출제, 감수, 관리: KBS한국어연구회 + 자문위원
문제 출제 영역은 아래와 같이 크게 6개 영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 듣기, 말하기
- 어휘, 어법
- 쓰기
- 창안
- 읽기
- 국어문화
[후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성장하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응시할 가치가 있는 시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영역은 고유어, 사이시옷(최근에 출제되지 않는 추세), 로마자 표기, 띄어쓰기 등이다. 어휘와 어법(문법) 분야는 다 어렵다고 보면 된다. 어휘와 어법 문제는 100개 문항 중 무려 30 문제. 30퍼센트라는 막강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큰 비중을 감안하면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든 영역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한자 공부에 관심이 있었고,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치른 경험도 있기 때문에 한자어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실제 시험에서도 한자 병기의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운과 실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정답을 고를 수 있었다.
반면에, 고유어가 등장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공부할 때부터 시험을 치를 때까지, 생소한 고유어에 쩔쩔매곤 했다.
듣기, 말하기 영역이 듣기 평가이며, 듣기 평가가 끝난 이후부터 약 90분 동안 85문제를 풀어야 한다. 중학생 때부터 줄곧 한국 현대 문학에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국어문화 영역은 쥐약과도 같았다. 북한어도 한 문제 출제된다.
[바라는 점 + 비평]
※ 출제 위원들이 수년 동안 여론을 유연하게 수렴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몇몇 보인다.
1. 고유어는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 위주로 출제했으면 좋겠다.
나는 KBS한국어능력시험이 단지 등급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이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시험이 되기를 원한다. 그런 취지에서, 지금보다는 실용성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출제자들은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응시하도록 유도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태어나 죽는 날까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고 사는 사람이 수천만 명이다. 그렇지만, 한국어 오남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다. 전공을 막론하고,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관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말이다. 출제자와 응시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특히 출제위원들은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응시 비용을 낮출 생각이라도 해보던가(그럴 일은 없겠지?).
3.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홈페이지 운영에 더 신경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4. 시험장이 너무 춥다. (...)
히터를 가동했지만, 창가에 앉는 바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추위에 맞서 싸우면서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요즘 추위가 풀렸는데, 왜 시험 당일에만 예외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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