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두 달 반이나 남았지만, [위플래쉬]는 내가 2015년에 본 영화 중 가장 피곤한 영화로 남을 것이 유력하다.
영화가 피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극중 인물의 사상이나 행동이 나의 소신과 상반되고, 상반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예 도를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극중 인물인 플레처 교수가 갖는 행동 양식은 내가 생각하는 최악 그 이상이었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을 보아도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에는 비주얼적인 자극을 능가하는 힘이 있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피곤함을 동반하는 부정적인 힘이다.
중학생 때 복도에서 시끄럽게 뛰어 다녔다는 이유로 음악 선생님께 소위 말하는 아구창(...)을 맞아본 적이 있었고, 그것 외에도 별별 희한한 방식으로 체벌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 가끔은 상식 밖의 강도 높은 체벌을 당하는 급우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지금까지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나에게 꽤 큰 임팩트를 준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겪은 경험에서 미루어 봤을 때, 물리적 힘을 가하는 체벌의 강도가 대략 이 정도이다. 헌데, 플레처 교수는 물리적인 체벌 뿐만 아니라 인격 모독까지 밥 먹듯이 해대면서 학생들의 동기를 끌어 올린다. 이러한 동기 부여는 과연 올바른 방식인가?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훈련 과정을 악으로 깡으로 이겨내며 역량을 발휘한 플레처 교수의 제자들이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면, 그게 최선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있는가? 결과지상주의의 관점에서는 최선이겠지만, 그 후유증은 누구도 책임지지 못한다.
주인공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플레처 교수에게 덤벼드는 순간에서 나는 그나마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주인공이 자신의 천재성을 100% 끌어 올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조금도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최악의 지도자에 대한 환멸의 감정이 이미 팽창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유념하고 있다. 교육을 행하는 주체인 지도자 혹은 선생이 모두 플레처 교수와 같은 방식을 따른다면, 이 세상은 기형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피곤하게 다가온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다. 교육계에서 적정선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점은 늘 인정하지만, 인격 모독은 지도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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