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보고 나서 밑도 끝도 없는 떡밥 투척에 질렸다. 원래 낚이는 맛에 보는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나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더 이상 이 시리즈에 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리들리 스콧 경은 전 작 [프로메테우스]에서 거대한 떡밥 덩어리를 투척하더니, [에일리언: 커버넌트]에서 일정량을 회수하고 또 다른 떡밥을 뿌려놓은 후 이야기를 끝낸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3부작 혹은 4부작으로 엮어서 최종적으로 에일리언 1편과 이어지게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 되니 리들리 스콧 감독이 운영하는 거대한 양식장에서 파닥거리는 수억 마리의 고기 중 한 마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히려 어렸을 때 재미있게 보고 성인이 되어 그 재미를 다시 맛보기 위해 재차 찾았던 초기 시리즈물은 여전히 좋은 추억이다. 1편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1편에서 사람인 줄 알았던 이가 우윳빛 땀을 흘리며 A.I의 정체를 드러내는 짜릿한 순간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1편을 처음으로 봤던 때가 1992년이지만, 순간적인 임팩트가 워낙 강렬해서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고작 한 마리의 에일리언과 싸우는 게 전부였지만, 에일리언의 개체 수와는 무관하게 관객의 눈과 귀를 잡아 끄는 힘이 어마어마한 영화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았던 2편은 시리즈 중 최고의 오락성을 갖춘 영화였다. 똥줄이 타들어가는 듯한 긴장감과 타격감 모두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2편이 으뜸이었다. 인류를 대표하는 용맹의 상징인 '우주 해병대'가 예기치 않게 에일리언과 싸우는 설정부터 오락 영화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류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무리이지만, 그렇게 강인한 인간들도 에일리언의 막강한 힘 앞에서는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2편에서 에일리언 무리가 다가올 때 거리를 표시하는 센서를 쳐다보며 긴장하는 대원, 에일리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미 경로를 지나간 동료들의 생존을 위해 자폭하는 대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시고니 위버가 파워 로더에 탑승해 에일리언을 상대하는 후반부까지, 2편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은 관객에게 '이 영화는 다수의 강한 인간이 다수의 외계 생명체와 시원하게 한판 붙는 오락 영화야!'라고 세뇌교육을 시키는 것 같았다. 그 점이 맘에 들어서 에일리언 하면 나는 아직도 압도적으로 2편을 지지한다. 데이빗 핀처가 연출한 3편부터는 큼지막한 솥에서 사골 국물을 우려내듯 재탕 삼탕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았다.

 

리들리 스콧 경이 제임스 캐머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일리언의 프리퀄 격인 최근의 작품 두 편은 정말 호감이 가지 않는다. 기존 떡밥 회수와 신규 떡밥 투척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의 의견과 상반된 입장을 취하는 이가 많은 걸 보면,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커버넌트] 연작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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