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Posted by epmd 2017. 5. 19. 11:56

[이벤트 호라이즌] (1997)

 

[이벤트 호라이즌] - ★★★★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개봉한 영화인데, 후세에 큰 영향을 끼친 공포 영화이기 때문에 언젠가 꼭 볼 계획이었다. 그리고 대략 20년이 지나서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

 

이벤트 호라이즌 호는 중력 엔진을 이용해 웜홀을 통과하여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우주선이다. 문제는 이 우주선의 그러한 기능 때문에 지옥에 다녀온 후 맛이 갔다는 것이다. 영화는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이벤트 호라이즌 호가 해왕성 근처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하러 가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웜홀을 통과해 공간을 넘나든다는 배경 설정이 맘에 든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다른 세계에 다녀온 이벤트 호라이즌 호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는 전적으로 감독에게 달려 있는데, 감독은 지옥을 다녀왔다고 설정하여 SF 호러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누구나 한 번쯤 막연하게 상상해봤을 듯한 지옥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감독은 여기에서 한 번 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지옥을 어떻게 묘사할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이다. 폴 W. S. 앤더슨 감독은 고어물을 택했다. [콘스탄틴]에서 봤던 황량한 대지, [무간도]를 통해 알게 된 '무간지옥' 등과는 확연히 다르다. 감독은 오직 절대적인 악(惡)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너나 할 것 없이 뒤엉키고 피를 토하는 공간이 지옥이라고 규정했던 모양이다.

 

추정하건대, 인간의 심리를 자극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고어 영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갈렸을 것 같다. 나는 앤더슨 감독의 선택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감독이 묘사한 지옥은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잔인하기 그지없지만,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지옥이 이렇게 역겹고 추악한 곳일 수도 있다는 감독의 상상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끔찍한 만행을 남발하기 전에도 적당한 진행 과정이 있다. '악의 기운'은 우리가 내면에 품고 있는 좋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 다가온다는, 다시 말하자면 사람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혼란에 빠트린다는 설정을 취한다. 누구나 아픈 과거가 있는데, 악의 기운은 그 통점을 건드리며 다가온다는 것이다.

 

단, 살상의 강도가 높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비위가 약하지 않은 편에 속하는 나도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끔찍한데, 실은 이것도 영화사에서 20~30분 가량을 편집한 버전이다. 삭제 분량을 제외하고서도 극도로 잔인한데, 감독이 도대체 얼마나 지독하고 잔인한 지옥을 그리고 싶었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삭제된 20~30분 분량은 유실되어 복구가 어렵다고 한다)

 

어쨌든 2000년대 게임 [데드 스페이스] 등 여러 콘텐츠에 영향을 준, 한 번쯤은 주목해야 할 영화인 만큼 볼 가치는 충분하다. 단, 너무 잔인해서 두세 번씩 곱씹어 보기는 힘들 듯하다.

 

 

※ 포스터는 평범한 SF물 같지만, 실상은 극도로 잔인한 공포영화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낚인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 이 영화와 [매드니스] 때문에 배우 샘 닐을 공포영화 전문 배우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에게는 아직도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박사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 위어 박사가 밀러 함장에게 날리는 명대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You know nothing. Hell is only a word. The reality is much, much worse.
(넌 아무 것도 몰라. 지옥은 단어에 불과하지. 실제는 훨씬 더 끔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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