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Posted by epmd 2017. 6. 11. 18:39

[악녀] (2017)

이 영화는 장점과 단점이 매우 뚜렷하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단점을 더 많이 지적할 듯하다.



단점 1. 진부한 소재
[악녀]는 3편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여성 킬러 영화의 원조격인 [니키타], 1인칭 시점으로 만든 독특한 영화 [하드코어 헨리],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여성 복수 활극 [킬 빌 Vol. 1 & 2].

[콜롬비아나], [한나] 등 [니키타]와 비슷한 영화의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주인공이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고, 여성 킬러로 성장하며, 복수의 칼날을 간다? --- 진부하다는 표현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단점 2. 엉성한 시나리오
어느 정도는 각색을 해도 좋으니, 다른 사람에게 시나리오를 맡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다.



단점 3. 액션 외 지점에서 매우 지루한 연출
다수의 액션 영화 감독이 저지르는 실수를 정병길 감독도 피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모범답안은 [본 얼티메이텀]이다.

쳐낼 컷은 과감하게 쳐내고 보다 스피디한 전개를 택했어야 했다.


장점
이를 커버할 만한 장점은 액션 연출이다. 여기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롱테이크와 독특한 촬영 기법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 정 감독은 대한민국 액션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다수의 롱테이크를 연출했다. 촬영하는 동안 모든 관계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현장에 있는 관계자는 아니지만, 아마 촬영에 참여한 모든 스탭은 촬영 내내 스스로 죽음의 롱테이크 연출이라고 말하며 이를 갈았을 것 같다.

[악녀]는 [아저씨] 이후 국내 액션 영화 중에서 롱테이크와 리얼리티를 가장 잘 살린 영화이다. [아수라]에서 고생 끝에 촬영에 성공한 차량 추격 씬도 기억할만한 롱테이크지만, 이렇게 롱테이크를 여러 차례 배출한 국내 액션 영화는 없었다. '의도적인 카메라 뒤흔들기'가 아니냐는 의혹 아닌 의혹까지 받았던 [용의자]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정도이다.



결론
나와 같은 액션 영화 애호가는 모처럼 만족스러운 국내 액션 영화가 나왔다고 칭찬부터 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다수의 관객은 나처럼 액션 연출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예상했던 결과여서, 놀랍지는 않다).

그래도 이렇게 한국 액션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려고 노력하는 정병길 감독, 허명행 무술감독 등 서울액션스쿨 관계자 분들이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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