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 ★★★★
1. 뛰어난 영상미, 1편의 감독과 애호가들에 대한 예우
개봉 후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있지만, 나는 장점이 많은 영화라고 단언한다. 2019년을 배경으로 했던 1편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홀로그램 안드로이드 조이를 비롯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조금 더 엿볼 수 있다. 노골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PPL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1편에서 볼 수 있었던 전광판 광고를 포함해 길가에서 더욱 다양한 종류의 광고를 볼 수 있다.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거리는 1편과 완전히 같은 설정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1편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한 예우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요소가 하나둘씩 모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2. 철저하게 마니아층을 위해 만든 영화, 불친절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1982년의 1편을 본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데커드, 레이첼 등 1편의 주요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찾을 수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프리퀄 영화 3편을 모두 소화해야 이해에 어려움이 없다. 예를 들어, 2022년 대정전이 일어나 기존 자료가 소실됐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려면 사전에 프리퀄 작품을 꼭 소화해야 한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관객만을 위한, 다시 말해 마니아층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의적이거나 모호한 의사소통으로 혼돈을 주는 연출이 많다. 이런 장면이 누적될 때마다 1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의 광활한 세계와 더 멀어지게 된다. 극장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유독 많은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3. 정적인 흐름
1편에 이어 2049도 정적인 흐름이 주를 이룬다. 해답을 노골적으로 제시하는 순간은 찾기 어렵다. 급박한 전개도 거의 없다. 대체로 인물들의 대화나 표정에서 원인과 결과를 찾아야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스타일이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나,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관객이 많이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량의 컷을 기반으로 급한 전개가 줄을 잇는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관객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정적인 전개 덕분에 감독이 유난히 공을 들인 배경 묘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상영시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관객은 감독이 섬세하게 묘사한 미래의 지구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집중력을 소모하게 된다. 잠시 지나가는 배경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깨알 같은 배경 연출을 모두 파악하고 소화하려면 흔한 블록버스터의 긴박한 흐름보다는 정적인 흐름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4. 탄탄한 스토리
주인공은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아끼고, 비중 있는 역할의 배우도 대부분 말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췄다. 그리 불쾌하지 않은 반전도 포함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도 마니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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