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or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롱제비티 크루(Longevity Crew)는 랩과 프로듀싱을 겸하는 한국계 재미교포 초이스 써리세븐(Choice 37), 래퍼 스트레스 원(Stres One), 그리고 디제이 렐(DJ Rel), 이렇게 3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팀이다. 캘리포니아 남부지방 출신으로 친구 사이였던 초이스 써리세븐과 스트레스 원은 -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지만 - 원래 전문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빌 에반스(Bill Evans) 등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힙합을 자신의 여가생활 정도로 간주하고 '96년부터 엠씽과 프로듀싱을 해왔던 초이스 써리세븐이 스트레스 원과 의기투합하여 본격적으로 음악 씬에 발을 내딛게 된 시기는 '98년이었다. 당시 초이스 써리세븐은 MJII라는 또 다른 친구에게 프로듀싱을 배웠는데, 이것은 훗날 그가 크루의 비트메이킹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공헌한 셈이 되었다. 여기에 디제이 렐이 합류하면서 비로소 3인조 포맷이 완성된다(롱제비티 크루라는 이름은 이 당시 지어졌으며, 최근에 캡션스(Captions)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기 전까지 7년간 롱제비티 크루로 활동했다).

2000년 11월, 롱제비티 크루는 초이스 써리세븐이 다니는 LA의 교회에서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이것이 이들의 역사적인 첫 무대였다. 첫 공연인 만큼 당연히 폭발적인 반응이나 무수히 많은 관객은 없었지만 멤버 셋은 모두 성공적으로 치른 그들의 첫 공연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한다. 2년 뒤엔 EP [Longevity]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활동에 불을 지폈고, 2005년 "Walk with Us", "California", "Seek"이 수록된 12인치 싱글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같은 해 대망의 첫 정규 앨범 [Everything Builds]를 발매한다. 초이스 써리세븐의 프로듀싱과 랩, 스트레스 원의 엠씽, 그리고 디제이 렐의 컷팅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98년부터 7년간 다듬어온 그들만의 음악이 고스란히 담긴 [Everything Builds]는 선행 발매된 싱글의 반응이 워낙 좋았던 탓인지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자연스럽게 퍼져 나갈 수 있었고, 심지어는 일본에까지 팬 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재즈와 힙합이 잘 융합된 [Everything Builds]를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캘리포니아의 세 청년은 이후 팀명을 'Captions'로 개명하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재미교포 멤버 초이스 써리세븐은 현재 2007년 솔로 앨범 발매를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조만간 캡션스라는 이름과 함께 공개될 결과물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한다.
Article/Artist | Posted by epmd 2011. 5. 7. 18:19

Count Bass D


※ 2006년 or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0년 전 피아노, 드럼, 베이스 등 모든 악기의 연주와 녹음과정을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면서 '라이브 힙합 솔로 앨범'을 표방하며 힙합 씬에 등장한 이가 있었다. [Pre-life Crisis]라는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발판으로 이제는 이웃나라 일본에도 꽤 많은 팬들을 보유하게 된 다재다능한 뮤지션 카운트 베이스 디(Count Bass D)의 발자취를 뒤쫓아 가보자.

카운트 베이스 디(본명 Dwight Farrell, 이하 Count)는 브롱스, 캔턴, 런던 등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목사 아버지를 둔 덕택에 Count는 교회에서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고, 오르간과 피아노를 곧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고교시절 MTV의 'Yo! MTV Raps'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가사를 쓰기 시작하였고, 이후 테네시 주(州)의 내쉬빌(Nashville)에 위치한 대학교에 입학하여 계속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그리고 평소 닮고 싶어 했던 재즈 피아니스트 'Count Basie'의 이름과 평소 그가 잘 다루는 악기인 'Bass', 그리고 자신의 이름 'Dwight'의 'D'를 따와 'Count Bass 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였다.

서드 베이스(3rd Bass)의 멤버 피트 나이스(Pete Nice)와 교류하던 그는 '93년 말 마침내 소니 뮤직(Sony Music)과 계약을 맺었고, 고교시절부터 써오던 가사를 총동원하여 '95년 대망의 첫 정규 앨범을 공개한다. 랩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악기 연주와 스크래치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며 라이브 힙합 솔로 앨범을 완성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엔 실패한 앨범으로 남게 되었고, 소니에서 방출되는 아픔까지 겪게 된다(이 때부터 본격적인 인디 뮤지션으로의 행보를 걷는다).

하지만, 이처럼 썩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96년 Count는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였고, 이듬해인 97년 딸 카나(Cana)를 얻는다. 그리고 Count는 두 번째 앨범 [Art For Sale]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자 하였다.

이후 2000년 재즈 베이시스트 빅터 우튼(Victor Wooten)의 밴드 세션으로 참여하던 그는 빅터 우튼의 격려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새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고, 2002년 데이바이데이(Day By Day) 레이블을 통해 [Dwight Spitz]를 발매한다. 평소 돈독한 사이였던 엠에프 둠(MF Doom)과 보스턴 진영의 이단(Edan), 그리고 보컬리스트 디오네 패리스(Dionne Farris)가 참여한 그의 세 번째 앨범은 전설적인 밴드 도어스(Doors)의 보컬 사운드에서부터 힙합 듀오 갱 스타(Gang Starr)의 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샘플들을 두루 활용했고, 그가 끔찍이 아끼는 딸인 카나의 목소리까지 삽입하는 등 재미를 더하였다. 특히나 힘든 시간을 함께했던 자신의 아내에게 바치는 곡인 "Seven Years"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며 앨범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Dwight Spitz]의 성공에 이어 3년 뒤인 2005년엔 [Begborrowsteel]을 내놓았다. 짤막한 러닝타임의 곡들을 여럿 수록하고 각각의 곡들마다 다양한 샘플을 활용하는 등 변함없이 카운트 베이스 디 특유의 스타일이 배어 있는 4번째 앨범도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Article/Artist | Posted by epmd 2011. 5. 7. 18:10

Jeru The Damaja


※ 2005년 or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제루 더 대머저(Jeru The Damaja, 본명 Kendrick Jeru Davis)는 여느 힙합퍼들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힙합을 접했고, 10살 때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본명 'Jeru'에 마이크를 작살낸다('He damages his mic')는 의미로 'The Damaja'라는 단어를 붙여 'Jeru The Damaja'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는 고교시절 힙합씬의 큰 형님 갱 스타(Gang Starr)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자연스레 갱 스타 파운데이션(Gang Starr Foundation)의 일원이 된다. 갱 스타의 92년 작 [Daily Operation]에 수록된 "I'm the Man"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제루는 이듬해인 93년 클래식 싱글로 인정받는 "Come Clean"을 발매한 뒤 94년 대망의 첫 정규 앨범 [The Sun Rises in the East]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장인 프로듀서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프로듀싱 하에 제작된 이 앨범은 프리미어의 비트는 물론이거니와 제루의 특이한 플로우와 라이밍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언더그라운드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건만 제루는 데뷔 앨범의 대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2년 뒤 소포모어 앨범 [Wrath of the Math]를 발매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어와 호흡을 맞추고 'The Savior of Hip-hop(힙합의 구원자: 당시 뮤직산업에 의해 희석되어 가는 진정한 힙합을 구원한다는 의미)'이란 독특한 콘셉트를 취한 2번째 작품은 "Frustrated Nigga", "Me or the Papes", "Ya Playin' Yaself" 등 수많은 명곡을 수록하여 전작 못지않은 명작이란 평가를 얻어낸다.

하지만, 제루는 2집 이후부터 돌연 자신의 행보를 바꾸기 시작한다. 인디레이블을 설립하고 몇몇 지인들을 불러들여 프로덕션을 구축하는 등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하였고, 4년 뒤인 2000년엔 독자적인 레이블인 노세비지(KnowSavage)를 통해 3번째 정규 앨범 [Heroz4hire]를 발매하였다. 그렇지만 싱글 "99.9 Percent" 정도만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 앞서 발매한 두 장의 앨범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공백이 너무나 컸기 때문인지 이전만큼 세간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실패한다. 그렇지만 그는 계속해서 독자적인 노선을 고집하며 2003년 4번째 정규 앨범 [Divine Design]을 발매하였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 혹평을 받는 등 이 역시 썩 좋은 반응을 얻어내진 못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단어 사이를 끊어 읽는 제루 특유의 랩 스타일은 아직도 언더그라운드 리스너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결국 현 시점에서 볼 때 그는 독립 노선을 택한 이후 이전시절만큼 숱한 화제를 모으는 데엔 실패하여 많은 이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는 존재라 하겠다. 하지만 2004년 쿨 모 디(Kool Moe Dee)가 쓴 'There's a God on the Mic: The True 50 Greatest MCs(마이크를 잡은 신들: 진정한 위대한 MC들)'라는 책에서도 그의 이름이 거론되었던 것을 보면 확실히 탁월한 랩 실력을 갖춘 선수라는 사실엔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가보다.

※ Gang Starr Foundation 멤버들과의 관계 :
집단이 와해되면서 제루가 크루를 아예 탈퇴했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사실무근이라 한다. 제루는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프리미어와 교류하고 있다고 했으며, 그룹 홈(Group Home)의 멤버 릴 댑(Lil' Dap)과 공동 작업한 싱글 "Don't Get It Twisted" 등을 통해서 파운데이션 멤버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3집부터 인디 레이블 활동을 시작한 것도 순전히 그의 의도였고 누군가와의 불화설에 의한 결과는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 제루는 홍콩 액션 무비 스타일을 힙합 뮤직비디오에 처음으로 접목시킨 뮤지션이기도 하다(2집의 Ya Playin' Yaself M/V). 그는 태권도, 쿵후 등 동양 무술에 계속해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앨범에서 간간이 등장하던 아푸-라(Afu-Ra) 역시 동양 무술에 심취해 있다고 한다.
Article/Artist | Posted by epmd 2011. 5. 7. 18:02

Percee P


※ 2005년 or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Biography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퍼시 피(Percee P)는 그의 나이 3살 즈음 브롱스로 이주하고 이 때부터 브롱스를 주 활동 무대로 삼고 성장했다. 친형과 삼촌이 랩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힙합의 본거지인 뉴욕의 거리 문화를 몸소 체험하며 자연스레 힙합을 접할 수 있었고, 10살 때인 197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브롱스에 있는 대학을 다녔지만 고등학교 과정은 맨해튼에서 마쳤다. 같은 고교에 다니던 오거나이즈드 컨퓨젼(Organized Konfusion)의 두 멤버 패로아 먼치(Pharoahe Monch)와 프린스 포(Prince Po)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지는, 도미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행진이 주특기인 퍼시 피의 랩 스타일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학창시절 수차례 가졌던 랩 배틀에서 대부분 승리함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이후 John Percy Simon이란 본명의 미들네임을 따서 'Percee P'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또 하나의 닉네임인 'The Rhyme Inspector'로 랩 씬에 뛰어든 그는 88년 12인치 싱글 "Let the Homicides Begin"을 내놓으며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뉴욕의 라디오 방송을 타면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퍼시 피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훗날 이 싱글은 언더그라운드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로 남게 된다(게다가 이 곡은 로드 피네스(Lord Finesse)와의 배틀이나 쥬라식 파이브(Jurassic 5)와의 만남에서도 큰 역할을 하는데, 그 일화는 글의 끝자락에서 따로 소개하기로 한다).
이후 간간히 싱글이나 EP를 발매하고(공연이 있을 땐 클럽 입구에서, 평소엔 뉴욕의 팻 비츠(Fat Beats) 레이블 앞에서 일정 시간을 두고 자신의 앨범을 직접 팔았다고 한다), 타 뮤지션의 앨범 제작에 관여하기도 하며, 라디오 방송도 맡는 등 힙합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에 몰입하게 된다.
그럼 이쯤에서 올해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Legendary Status]를 통해 그의 행적을 좀 더 샅샅이 파헤쳐 보자.


Percee P - Legendary Status
그동안 발매한 싱글 트랙들과 미공개 트랙, 게스트로서 참여한 트랙, 그리고 프리스타일 라이브에 이르기까지... '80년대부터 현재까지 퍼시 피라는 이름이 들어간 20곡을 긁어모아 만든 이 앨범만큼 그의 발자취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매체는 없는 듯 하다. 아마도 퍼시 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적이 있는 힙합 리스너라면 이처럼 화려하기 그지없는 트랙리스트를 쭉 살피고 있는 사이 다음과 같은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첫째, '80년대부터 활동한 뮤지션이 스톤 스로우(Stones Throw)와 계약하기 전까지 정규 앨범을 한 장도 내놓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이는 곧 레이블 소속 문제와 연관된다. 물론 퍼시 피의 실력을 알고 있는 많은 레이블이 접촉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자유분방함이 보장되길 원하는 그로서는 간간히 내놓는 싱글 앨범과 92년 빅 비트(Big Beat)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EP 등이 전부였고 그저 몇몇 레이블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웠을 뿐이지, 여태껏 특정 레이블과 손잡고 정규 앨범을 만들기로 계약한 적은 없다(물론 현재는 스톤 스로우에 몸을 담고 데뷔 앨범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그 이전 상황이다). 아마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받고 오래 머물 수 있는 레이블을 원하던 퍼시 피로서는 그의 요구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 없었던 까닭에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레이블 소속 이후 우연찮게 또는 필연하게 겪게 되는 피해사례, 개인의 독립 레이블 운영에 이어지는 흥망성쇠, 대형 레이블의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경우 등 다양한 케이스를 목격해 왔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처럼 주변에서 들려오는 좋지 못한 소식들도 그를 특별히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데뷔 앨범을 내지 않게끔 만든 간접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계약한 레이블이 없었고, 퍼시 피 자신도 굳이 정식 앨범을 만들고자 서두른 적이 없었기에 스톤 스로우의 일원이 되기 이전까지 한 장도 만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가 택한 이 같은 행보는 곧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주된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퍼시 피가 무대에 설 때마다 청중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고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둘째, 앨범 부클릿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길게 나열된 올드스쿨 뮤지션들의 비디오테이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부클릿에 등장하는 VTR 테잎들은 모두 퍼시 피의 것이다. 그는 올드스쿨 뮤지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앨범 속지를 통해 어필하고자 하였다. 인터뷰를 하면 콜드 크러시 브라더스(Cold Crush Brothers),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퓨어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 The Furious Five) 등을 좋아한다고 수차례 얘기했었고, 심지어 자신의 미들네임인 "Percy"를 그대로 쓰지 않고 끝의 "y"를 "ee"로 표기해 "Percee"로 사용하는 것도 쿨 모 디(Kool Moe Dee)나 스푸니 지(Spoonie Gee)와 같은 올드스쿨 MC들을 따라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고 하니 이쯤이면 올드스쿨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각별한지 지레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80년대 힙합퍼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라디오 고정출연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90년대 초 스트래치(Stretch)와 바비토(Bobbito)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부터 'Percee P's Old School Corner'가 신설되어 매주 진행을 맡았던 것도 다 그러한 밑바탕이 깔려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tones Throw로의 합류와 새 앨범 준비작업
피넛 버터 울프(Peanut Butter Wolf)가 수장으로 자리하고 있는 레이블 스톤 스로우에서는 퍼시 피에게 관심을 보였고, 당시 피넛 버터 울프가 소속 뮤지션들을 대하는 것과 동일한 위치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는 전제하에 마침내 합류했다. 이후 제이립(Jaylib)의 "The Exclusive", 와일드차일드(Wildchild)의 "Knicknack 2002" 등에 피쳐링하여 맹활약할 뿐 아니라 "Put It on the Line" 12인치 싱글도 발매하는 등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왕성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스톤 스로우를 통해 선보이게 될 첫 정규작 [Percerverance](끈기나 불굴의 의지를 의미하는 단어 'perseverance'를 자신의 이름과 결합한 타이틀로 추정된다)는 제이 디(Jay Dee), 매드립(Madlib), 다이아몬드 디(Diamond D), 엠이디(MED), 와일드차일드, 프린스 포 등 예전부터 돈독한 친분 관계를 갖고 있는 많은 이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매드립 프로듀싱의 'Untitled'라는 곡이 첫 싱글로 낙점된 상태이다.

※ Percee P 관련 일화
1. Battle with Lord Finesse
앞서 언급했던 데뷔 싱글 "Let the Homicides Begin"이 좋은 반응을 보이며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 이후 디아이티씨(D.I.T.C.) 진영의 로드 피네스와 배틀을 했던 적이 있었다. 퍼시 피는 당시의 랩 배틀을 비겼다('It was a tie.')고 회자한다.
여하튼 둘은 각자의 실력을 확인하며 존중하게 되었고, '92년 로드 피네스는 같은 디아이티씨의 멤버인 에이지(A.G.)를 통해 자신의 2번째 앨범 [Return of the Funky Man]에 퍼시 피를 초대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했다. 퍼시 피는 그 뜻을 받아들여 "Yes You May"와 "Kicking Flavor with My Man"이란 곡에서 게스트로 참여하여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 소스(The Source)지 선정 'Rhyme of the Month'
퍼시 피는 방금 말한 로드 피네스의 2집 앨범 수록곡 "Yes You May"에서 멋진 라이밍을 선보였고(첫번째 verse에서 활약하여 'Diss me, the P?  That'll be suicide / You no frills with no skills, I'll just put you aside / Rappers are skinned in battles and winning them from within them / Befriend them, before I beat them I greet them then eat them, then send them'과 같이 자신감 넘치는 랩을 담아냈다), 이는 곧 '92년 저명한 힙합 잡지 소스(The Source)지에서 발표하는 'Rhyme of the Month'에 선정되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3. Jurassic 5, Big Daddy Kane과의 조우
퍼시 피에게는 사진작가 바니(Barney)라는 친구가 있었다. 바니는 자신이 직접 찍은 힙합 뮤지션들의 사진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구상 중인 친구였다. 그것을 알게 된 퍼시 피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이자 프로모터인 록키(Rocky)를 바니에게 소개시켜 주었는데 록키는 바니가 구상하고 있는 일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일치한다면서 큰 관심을 보였고, 급기야는 비디오, 포토그래프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니가 감사의 뜻으로 록키와 퍼시 피에게 쥬라식 파이브 뉴욕 공연 티켓을 건네주었고, 퍼시 피는 쥬라식 파이브의 공연장 로비에서 컷 케미스트(Cut Chemist)를 만나 자신을 직접 소개했다. 놀랍게도 컷 케미스트는 퍼시 피의 "Let the Homicides Begin"을 자신이 무척 아끼는 싱글이라 하면서 정말 당신이 그 퍼시 피가 맞느냐고 되물으며 반가워했고, 결국 그날 쥬라식 파이브의 공연에 퍼시 피가 찬조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퍼시 피의 빼어난 실력을 눈여겨본 쥬라식 파이브 측에선 당시 제작 중이던 2집 앨범 [Power in Numbers]에 그를 참여시키려 했고, 퍼시 피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A Day at the Races"라는 곡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같은 곡에 피쳐링한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과 직접 대면한 것도 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였다고 한다.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1. 5. 2. 00:02

Esoteric [Egoclapper] (2007)


※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Egoclapper
2. Watch The Pro
3. Warlords (Feat. Vinnie Paz, Celph Titled, Trademarc & Karma)
4. Mind On Fire
5. Tranquilizer
6. Typhoons In Japan
7. Street Stigma (Feat. Rack Lo)
8. Incredible Hulk Rap (Feat. Termanology)
9. Ego Empire
10. Zombie Combat
11. Really Fly
12. Boston Garden Rap (Feat. Raydar Ellis & Jawn P Of Top Choice Clique)
13. Eso's Father Finds The Chosen Ones
14. Frank Miller Tank Killer
15. First Of A New Breed
16. Spidey Jail Break

Record Label : Fly Casual Creative
Released Date : 2007-10-19
Reviewer Rating : ★★★★

세븐엘 앤 에소테릭(7L & Esoteric)의 2006년 작 [A New Dope]은 변화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이들과 기존 스타일의 고수를 원하는 팬들의 세력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작이었다. 하지만 10년째 이어왔던 일정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모습 자체는 높이 살만했다. 1년이 지나자 이번엔 에소테릭(이하 Eso)의 첫 솔로 앨범 [Egoclapper]가 나왔다([Too Much Posse]를 정규 앨범으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따르니 이번 앨범이 그의 첫 솔로 앨범이라고 해야겠다). 헌데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이번엔 익히 알고 있는 예전의 세븐엘 앤 에소테릭도 아니고, 그렇다고 [A New Dope]에서의 실험적인 모습도 아닌 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 Eso는 계속해서 정박 위주 비트 운용, 어두운 음색 등으로 일관하던 세븐엘 앤 에소테릭의 기존 색깔에서 또 한 차례 탈피하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솔로 앨범으로 돌아온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Egoclapper]는 변화의 면면을 샅샅이 뒤져보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들어볼만한 앨범이다. 우선 16 트랙 중 무려 11곡이 Eso 본인의 주도 하에 제작되었다는 점은 Eso가 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 메이킹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컷팅의 달인 세븐엘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부분의 스크래칭을 손수 거들어 주긴 했지만, 메인 비트 제작의 2/3 이상을 Eso 스스로 해냈다는 것은 그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본 입장에서 분명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리고 단순한 기존 음악의 샘플링 외에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음원을 수집하여 곡 중간 중간마다 수시로 삽입한 것 역시 새롭다. 다음 벌스(verse)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비트의 급회전이 이루어지는 "Typhoons in Japan", 감옥의 비상 경보음을 주 음원으로 활용한 "Spidey Jail Break" 등이 변화의 선봉장 역할을 해내며, 영화나 만화에서 따온 대사들은 앨범 전반에 걸쳐 꾸준하게 등장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확실히 식상하지는 않다. "Watch The Pro", "Really Fly" 등 Eso가 직접 제작한 곡의 대부분은 그동안 7L과 바이닐 리애니메이터스(Vinyl Reanimators)가 도맡아온 비트 메이킹 못잖게 드럼 프로그래밍부터 멜로디까지 제법 괜찮은 편이다.

이러한 비트의 변화와 달리 Eso 특유의 쏘아붙이는 랩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Mind on Fire"만 들어봐도 세븐엘 앤 에소테릭 EP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Lyrical Terrorism'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언더그라운드의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급부상중인 터머널러지(Termanology), 랙 로(Rack Lo), 그리고 레이더 엘리스(Raydar Ellis) 등의 뉴페이스가 게스트로 합세하여 또 다른 재밋거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터머널러지와 Eso의 펀치라인이 교차하는 "Incredible Hulk Rap"은 랩만 따지면 앨범 전 곡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힐만한 트랙이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Eso의 이와 같은 시도는 그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음악 외적으로도 이번 앨범은 세븐엘 앤 에소테릭의 매 앨범마다 커버 디자인을 담당해온 Eso의 오랜 친구 카르마(Karma)와 Eso가 공동 설립한 플라이 캐쥬얼 크레에이티브(Fly Casual Creative) 레이블의 이름으로 발매하는 첫 앨범이라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신선함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한 술 더 떠서 언더그라운드힙합닷컴에서 끼워 팔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개리 뉴먼(Gary Numan)과 제작한 프로젝트 앨범 [Pterodactyl Tubeway]까지 접하면 그야말로 변화의 흐름에 기름을 붓는 격이랄까. 여하튼 현재 Eso가 진행 중인 일련의 작업들은 '변화'라는 한 단어로 축약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그의 차기 솔로 앨범 [Saving Seamus Ryan]에 대한 기대감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Articl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Kool G Rap [Half a Klip] (2008)  (0) 2011.06.04
Doom [Born Like This] (2009)  (0) 2011.06.04
Percee P [Perseverance] (2007)  (0) 2011.05.01
Pharoahe Monch [Desire] (2007)  (0) 2011.05.01
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0) 2011.05.01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1. 5. 1. 23:55

Percee P [Perseverance] (2007)


※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01. Intro
02. The Hand That Leads You
03. The Man to Praise
04. Legendary Lyricist (with Madlib)
05. Watch Your Step (with Vinnie Paz, Guilty Simpson)
06. Who With Me?
07. 2 Brothers From The Gutter (with Diamond D)
08. Ghetto Rhyme Stories
09. Throwback Rap Attack
10. No Time For Jokes (with Chali 2NA)
11. Last of The Greats (with Prince Po)
12. Bx (Interlude)
13. Put It on The Line
14. The Dirt and Filth (with Aesop Rock)
15. La (Interlude)
16. Mastered Craftsman
17. Raw Heat (45 Version)
18. The Lady Behind Me
19. Outro

Record Label : Stones Throw
Released Date : 2007-09-17
Reviewer Rating : ★★★★☆

데뷔 20년만의 첫 정규 앨범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션 중에는 1년에 한 장 이상의 앨범을 만들어 팔아치우는 이가 여럿 있다. 그것이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비롯된 자의적인 행보인지, 아니면 레이블과의 계약 등을 비롯해 뮤직 비즈니스의 실타래에 엉켜 타의적인 이유에서 나오는 결과물인지는 경우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데뷔한지 20년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첫 정규 앨범을 공개하는 선수도 있다. '88년에 선보인 싱글 "Let the Homicide Begin"이 공식적인 데뷔 앨범이지만 사실 '79년부터 랩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힙합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뮤지션, 바로 'Rhyme Inspector' 퍼시 피(Percee P)이다.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 중에 'Percee P'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가 있겠지만 그는 디아이티씨(D.I.T.C)의 에이지(AG), 로드 피네스(Lord Finesse)부터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 쥬라식 파이브(Jurassic 5), 그리고 제다이 마인드 트릭스(Jedi Mind Tricks)에 이르기까지 많은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을 펼쳐왔던 힙합계의 감초 같은 존재이다. '90년대 후반 공연이 있는 날이면 뉴욕 팻 비츠(Fat Beats) 스토어의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랩이 담긴 CD-R을 집에서 자체 제작하여 직접 판매하곤 했던 그가 full-length 앨범을 발매하게 된 계기는 스톤 스로우(Stones Throw)의 수장 피넛 버터 울프(Peanut Butter Wolf)를 만나면서부터였다. 2003년 스톤 스로우와의 계약 후 제이립(Jaylib)의 [Champion Sound]를 위시하여 레이블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앨범마다 자신의 이름을 하나둘씩 새겨 넣으며 나름대로 인지도를 넓혀가더니, 2005년에는 '88년부터 '04년까지의 행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 [Legendary Status]를 공개하며 정규 앨범의 발매가 머지않았음을 암시했고, 2007년 9월 마침내 'Perseverance'(인내, 인고, 불굴의 노력)라는 타이틀의 퍼시 피 생애 첫 정규 앨범을 공개했다.

작업과정
모든 곡의 프로듀싱은 스톤 스로우의 간판 프로듀서 매드립(Madlib)이 맡아 엠에프 둠(MF Doom)과의 프로젝트 이후 또 하나의 걸출한 프로듀서-래퍼 프로젝트가 실현되었다. 신기하게도 퍼시 피는 모 웹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와 매드립은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 같이 녹음한 적이 없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매드립이 너무 바쁜 관계로 퍼시 피와 대면하여 곡 하나하나를 일일이 만들어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신 매드립이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어둔 여러 비트를 미디어를 통해 퍼시 피에게 전달하면 그걸 받아서 청취한 후 선별하고, 본인의 랩을 씌우고, 비트를 수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를 수차례 반복하여 대략 CD 석 장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원을 만들었고, 그것을 토대로 [Perseverance]가 완성된 것이다.

[Perseverance]
독특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앨범이지만 작업 배경과는 무관하게 퍼시 피의 랩은 신기에 가까울 만큼 막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매드립의 비트 또한 탄탄하다. '92년의 "Lung Collapsing Lyrics"나 [Perseverance]에 수록된 "Throwback Rap Attack" 등의 곡명처럼 20여 년간 갈고 닦은 빠른 랩과 무차별적인 라임이 앨범 전반에 걸쳐 스며들어 있다. 초반부에선 "The Man to Praise"를 통해 퍼시 피라는 뮤지션이 살아온 삶에 대해 회고하고, 이어지는 "Legendary Lyricist"로 자신감에 충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수많은 양질의 곡을 제치고 비니 패즈(Vinnie Paz of Jedi Mind Tricks)와 길티 심슨(Guilty Simpson)이 함께 매드립의 비트 위를 걷는 -매드립의 [Beat Konducta] 시리즈에 쓰였던 비트를 재활용한- "Watch Your Step"이 첫 싱글로 낙점된 것은 다소 의문스럽지만, 이어지는 다이아몬드 디(Diamond D), 유년 시절부터 알고 지내왔던 프린스 포(Prince Po), 그리고 찰리 튜나(Chali2Na of Jurassic 5)에 이르는 타 게스트들의 적절한 지원사격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으로 작용한다. 앞서 말한 "Throwback Rap Attack"에서의 매드립의 스네어 드럼은 퍼시 피의 랩 못잖게 인상적이며, 퍼시 피가 살아온 곳을 의미하는 "BX"(Bronx), 그리고 이주하게 된 "LA"의 인터루드(Interlude)를 거쳐 말미에 다다르면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는 "Mastered Craftsman"이 기다리고 있다. 'Heed device, Percee P is nice, coming back to lead us twice like Jesus Christ, Was my flow to blow? Now all you need is ice'와 같은 라임으로 점철된 구절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타이트한 가사를 맛보는 순간 도대체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쓰고, 또 어떻게 랩으로 구사하는지 의구심만 남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극한으로 치솟은 분위기는 '랩'을 의인화한 독특한 비유법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랩 음악에 대하여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치 커먼(Common)의 "I Used to Love H.E.R"를 연상케 하는- "The Lady Behind Me"와 함께 잔잔함으로 선회하며 서서히 막을 내린다.

현명한 선택
본 작을 들으면 스톤 스로우와 계약하고 LA로 적을 옮긴 퍼시 피의 선택이 바람직했다는 결론이 간단하게 나온다. 20여 년간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단번에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잘 만들었다. 웬만해선 따라 하기조차도 힘든 빠른 랩은 물론이거니와 비트를 선별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며, 근래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힙합 앨범 중에 비슷한 스타일의 그것이 있었는지 찾기 힘들겠다 싶을 만큼의 신선함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20년 만에 이토록 빼어난 실력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었다니,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의 재능이 빛을 발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스톤 스로우의 일원으로 남아 [Perseverance]만큼의 앨범을 꾸준히 만들어 낸다면 팬들의 관심과 사랑도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Articl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Doom [Born Like This] (2009)  (0) 2011.06.04
Esoteric [Egoclapper] (2007)  (0) 2011.05.02
Pharoahe Monch [Desire] (2007)  (0) 2011.05.01
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0) 2011.05.01
7L & Esoteric [Speaking Real Words EP] (1999)  (0) 2011.05.01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1. 5. 1. 23:44

Pharoahe Monch [Desire] (2007)


※ 2007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Intro
2. Free
3. Desire
4. Push
5. Welcome To the Terrordome
6. What It Is
7. When the Gun Draws
8. Let's Go
9. Body Baby
10. Bar Tap
11. Hold On
12. So Good
13. Trilogy

Record Label : SRC Records
Released Date : 2007-06-26
Reviewer Rating : ★★★

어디서 무얼 했나
'99년 이후 무려 8년만이다. [Internal Affairs] 이후 패로아 먼치(Pharoahe Monch)의 이름으로 차기작이 나오기까지 무려 8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오거나이즈드 컨퓨젼(Organized Konfusion, 이하 O.K)의 반쪽이던 프린스 포(Prince Po)가 독자적인 행보를 구축하며 두 장의 솔로 앨범을 선보이는 동안에도 패로아 먼치의 새 앨범은 좀처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히트 싱글과 기존 곡들을 모은 [Y'all Know the Name]과 같은 앨범이 웹상에서 떠돌아다니긴 했지만 그 또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컴필레이션 형식의 앨범일 뿐, 정규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타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하는 경우는 잦았기에 그간 발매된 여러 힙합 앨범의 크레딧에서 'Pharoahe Monch'라는 이름을 찾아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그의 이름을 발견할 때마다 정작 패로아 먼치의 앨범은 왜 깜깜 무소식인지 궁금증만 더해졌다.

패로아 먼치의 새 앨범 작업이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게펜/로커스(Geffen/Rawkus) 소속이던 그가 셰이디(Shady) 레이블과의 계약으로 마찰이 생기고 자유 계약(free agent)으로 되기까지, 그리고 마침내 SRC 레코드라는 보금자리를 정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던 탓으로 보인다. 여하튼 각종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의 신작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던 시기는 싱글 "Push"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던 작년 이맘때쯤이었고, 2006년 11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Desire]가 그 실체를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Desire]의 등장은 미뤄진 채 12월 경 돌연 [The Awakening]이란 타이틀의 믹스테잎만이 얼굴을 내밀었고, 2007년이 되어서도 6월까지 발매 연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뚜껑을 열어볼 수 있었다.

About [Desire]
이처럼 갖은 산고 끝에 모습을 드러낸 [Desire]에는 패로아 먼치 본인 외에도 알케미스트(Alchemist), 디트로이트의 블랙 밀크(Black Milk)와 디넌 포터(Denaun Porter), 그리고 로커스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던 리 스톤(Lee Stone) 등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에선 O.K와 솔로 1집 시절보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패로아 먼치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물론 최고의 리릭시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재치 있는 가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그런 면은 역시나 평단의 호평을 이끌고 있지만, 그보다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스타일의 시도가 훨씬 두드러진다. 첫 싱글 "Push"를 들으면 캘리포니아 밴드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를 대동하여 혼(horn) 사운드를 곁들임과 동시에 패로아 먼치가 직접 '랩'이 아닌 '노래'(singing)까지 하는 이채로움을 맛볼 수 있다(여담이지만 싱글 공개 당시 노래하는 패로아 먼치의 모습이 참으로 신선하면서도 쇼킹한 나머지 그도 모스 데프(Mos Def)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패로아 먼치 본인이 생각해도 정말 잘 만들었다며 자화자찬하던 "When the Gun Draws"는 날아가는 총알을 의인화하여 1인칭 시점으로 묘사한 O.K 2집의 명곡 "Stray Bullet"의 후속 버전이며, "Welcome to the Terrordome"을 통해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90년대 초 동명 곡을 커버하기도 했다. 또한 제목부터 신나는 "Let's Go"를 발판 삼아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기도 하며, 앨범 말미에 이르면 벌스(verse)마다 각기 다른 비트를 들을 수 있는 9분짜리 대곡 "Trilogy"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시도는 역으로 어떤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모호해지는 난감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게다가 "Desire", "Push", "Let's Go" 정도를 제외하곤 앨범 전반적으로 귀에 감기는 트랙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은 [Desire]가 갖는 가장 큰 결점으로 지적된다. 비록 패로아 먼치 본인은 무척 만족스럽다고 했지만 "When the Gun Draws"는 적절한 샘플 활용으로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던 O.K 시절의 "Stray Bullet"과 견주어 볼 때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폭 삽입된 게스트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는 가끔 주객전도의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예를 들어 "Hold On"을 듣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패로아 먼치의 랩보다 오히려 게스트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된다). 또한 패로아 먼치와 프로듀서 션 케인(Sean Cane)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역동적인 비트가 돋보이는 "Welcome to the Terrordome"에서 느껴지는 막강함의 원천은 퍼블릭 에너미일 뿐, 패로아 먼치는 단지 그들의 히트 싱글을 '재탕'했을 뿐이라는 인상이 깊다.

또한 O.K 시절부터 패로아 먼치를 지켜본 올드팬들에게도 이러한 변화의 시도가 반가울 리 만무하다. 'Simon Says, Get the Fuck Up!'을 외치던 [Internal Affairs]에서의 의기양양하고 악랄하던 모습과 O.K 시절의 재기발랄함은 [Desire]로 이어지면서 눈에 띄게 줄었다. 세월이 변했으니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화려한 랩의 향연을 기다려온 팬들은 본 작을 듣는 순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흠 잡을 데가 없던 O.K 시절의 깔끔함이나 변화무쌍한 플로우로 비트를 쥐락펴락 하던 [Internal Affairs]와 달리 얼터너티브 랩 앨범의 성향이 짙은 [Desire]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수십 번을 들어도 '신선함'보다는 '산만함'에 가까워 보인다. 정제된 사운드 안에서 읊조리는 랩과 노래하는 패로아 먼치의 모습은 나름대로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오랜 세월 패로아 먼치가 쌓아온 업적과 명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더 좋은 작품을 만들 능력이 되는데도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의구심만이 남는다.

'Articl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Esoteric [Egoclapper] (2007)  (0) 2011.05.02
Percee P [Perseverance] (2007)  (0) 2011.05.01
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0) 2011.05.01
7L & Esoteric [Speaking Real Words EP] (1999)  (0) 2011.05.01
Edan [Beauty and the Beat] (2005)  (0) 2011.04.24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1. 5. 1. 23:34

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 2006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Ghost Is Back
2. Miguel Sanchez - (with Trife Da God/Sun God)
3. Guns N' Razors - (with Trife Da God/Cappadonna/Killa Sin)
4. Outta Town Sh*t
5. Good - (with Trife Da God/Mr. Maygreen)
6. Street Opera - (with Sun God)
7. Block Rock
8. Miss Info Celebrity Drama Skit
9. Pokerface - (with Shawn Wigs)
10. Greedy B*tiches - (with Redman/Shawn Wigs)
11. Josephine - (with Trife Da God/The Willie Cottrell Band)
12. Grew Up Hard - (with Trife Da God/Solomon Childs)
13. Blue Armor - (with Sheek Louch)
14. You Know I'm No Good - (with Amy Winehouse)
15. Alex (Stolen Script)
16. Gotta Hold On - (with Shawn Wigs/Eamon)
17. Back Like That - (with Kanye West/Ne-Yo)

Record Label : Def Jam
Released Date : 2006-12-19
Reviewer Rating : ★★★☆

속편의 등장
2006년, 우리는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이하 GFK)의 [Fishscale]을 즐겁게 들으며 그의 확고한 주관과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인들을 한 데 끌어다 모아 모든 팬 층을 겨냥해 보려는 과감한 선택은 성공적이었고, 엑스트림(Xtreme)이 프로듀스하고 데프 잼(Def Jam)의 신성 네-요(Ne-Yo)가 참여한 "Back Like That"을 첫 싱글로 내놓는 -GFK의 이전 커리어를 돌이켜 볼 때- 다소 '파격적'인 시도는 대중성과 음악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될만한 일이었다. 데프 잼의 꼬리표를 달고 나온 앨범치고는 썩 만족할만한 판매량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그를 치켜세웠고, 평단의 칭찬이 지속하던 2006년 하반기, [Fishscale]이 공개된 지 8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조만간 속편이 발매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사실 그러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Fishscale]을 무난하게 들어본 이들조차도 대체로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Fishscale]이 썩 괜찮은 앨범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에서 더 보여줄 것이 대체 얼마나 있다고 동년에 속편을 내놓겠다는 것인가. 더군다나 [More Fish]라는 타이틀 자체가 [Fishscale]의 작업 과정에서 걸러진 '찌꺼기'들의 모임이란 인상을 주기도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음악계에서 그와 같은 형태의 속편은 대체로 한계점이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이었다.

[More Fish]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단순히 잔여물의 집합에 불과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급조한 앨범도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Fishscale]에서 살짝 방향을 선회하여 나름대로 특성까지 제법 갖춰 완성도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전작의 크레딧에서 간간이 체크할 수 있었던 시어도어 유닛(Theodore Unit)의 멤버(이번에는 GFK의 17살 된 아들 선 갓(Sun God)까지 참여하여 더욱 눈길을 끈다)들이 랩의 주를 이룬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심지어 주인공인 GFK가 아예 랩 세션에 참여하지 않고 시어도어 유닛 멤버들의 랩으로만 이루어진 곡도 두어 개 수록되어 [718]의 후속작 같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특히, 트라이프 다 갓(Trife Da God) - GFK 환상의 복식조가 모처럼만에 빛을 발하는 광경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다.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피트 락(Pete Rock) 등 전작에서 함께했던 거장들의 공백은 루이스 파커(Lewis Parker), 하이-텍(Hi-Tek), 매드립(Madlib) 등이 훌륭하게 메웠고, 엠에프 둠(MF Doom)은 "Guns N' Razors"와 같은 곡에서 자신의 앨범에 쓰인 익숙한 비트를 재활용하며 재미를 유발시킨다. 에릭비 앤 라킴(Eric B. & Rakim)의 "Know the Ledge"를 샘플링하고 현란한 랩으로 점철시킨 "Ghost is Back"으로 포문을 열고, "Street Opera", "Block Rock" 등의 스트릿 넘버는 기존 GFK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본 작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훵키한 분위기의 첫 싱글 "Good"은 마치 [Pretty Toney Album]의 일부분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소녀가 악동으로 변모하는 슬픈 이야기를 다룬 "Josephine"과 코러스 없이 한 큐에 끝내는 타이트함이 매력인 "Alex"와 같은 스토리텔링 트랙도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Fishscale]과 마찬가지로 유사한 분위기나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어필하려는 노력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지만, 싱어와 피아노, 트럼펫, 색소폰 등 각 세션을 대동하여 소울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Josephine"과 "You Know I'm No Good") 곡들의 삽입은 전작에서 볼 수 없던 [More Fish]만의 차별화된 특징이기도 하다. 두 곡은 앨범 중후반부에 위치하여 역시나 다양한 스타일의 공존에 일조한다.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와 랩을 함께한 "Back Like That"의 리믹스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의 전망
앨범의 전 곡이 뛰어나다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More Fish]는 GFK가 직면한 현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앨범임이 틀림없다. 여전히 대중성과 독자적 행보간의 절충점을 찾고자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GFK의 노력은 본 작을 통해 충분히 확인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흥행의 보증수표 역할을 하거나 노장 뮤지션이 트렌드를 수용하는데 있어 어느덧 필수불가결의 존재로 굳어지고 있는 '몇몇 일류 프로듀서에 크게 의존하려는' 행동을 가급적 지양하려 하는 자세만큼은 높이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Fishscale]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극도의 흥행 성적 부진은 과연 그가 메이저 레이블에서 계속해서 대중성과 독자성을 저울질하며 앨범을 발매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의문스럽게 만들 따름이다.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영민하게 본인만의 커리어를 쌓아온 베테랑 GFK지만 그의 차기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Articl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rcee P [Perseverance] (2007)  (0) 2011.05.01
Pharoahe Monch [Desire] (2007)  (0) 2011.05.01
7L & Esoteric [Speaking Real Words EP] (1999)  (0) 2011.05.01
Edan [Beauty and the Beat] (2005)  (0) 2011.04.24
7L & Esoteric [A New Dope] (2006)  (0) 2011.04.24


※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Speaking Real Words (feat. Inspectah Deck)
2. Bound to Slay
3. Def Rhymes
4. Essays on Esoterrorism
5. Headswell (feat. Virtuoso)
6. Learn from the Druid
7. Be Alert (feat. Beyonder, Virtuoso)
8. Observe the Sound (feat. Apathy, L the Headtoucha, J-Live)
9. Def Rhymes (First Version)
※ 8, 9번은 재발매 앨범에서 추가된 트랙

Record Label : Direct Records
Released Date : 1999
Reviewer Rating : ★★★★

넉 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미발표곡 모음집을 발매하며 어느덧 중견 뮤지션이란 수식어까지 듣게 된 보스턴 언더그라운드 힙합 듀오 세븐엘 앤 에소테릭(7L & Esoteric). 지금은 단조로운 스타일에서 탈피하고자 백방으로 애를 쓰고 있는 그들이지만,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초창기 시절을 되짚어보고자 한다면 아마 [Speaking Real Words EP]에 관한 이야기가 메인 테마가 될 듯하다. 이 EP는 세븐엘과 에소테릭이 뜻을 모아 팀을 결성했을 때부터 '99년까지 공개한 12인치 싱글 LP 음원들을 한 데 모아 당시까지의 행보를 결산한다는 의미로 제작한 앨범이었다. 수록된 곡은 총 7곡으로, 컴필레이션 앨범 [Rebel Alliance]에 수록된 "Be Alert",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의 참여와 1집(2001)에서의 재사용으로 유명한 "Speaking Real Words", 99년 당시 신곡이던 "Essays on Esoterrorism" 등으로 구성됐다.

바이닐 리애니메이터스(Vinyl Reanimators)의 비트와 세븐엘의 컷팅/스크래칭, 그리고 그 위에 깔리는 에소테릭의 역동적인 랩의 조화는 본 작에서부터 1집 [The Soul Purpose]까지 이어지던 이들의 전형적인 초기시절 모습이었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BPM, 빅 엘(Big L)의 목소리까지 동원한("Bound To Slay") 턴테이블 리릭이 주를 이루는 훅(hook) 처리, 정박에 충실한 에소테릭의 랩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보스턴 랩 마니아들이 생각하는 세븐엘과 에소테릭의 풋풋하던 옛 모습이 이 한 장의 EP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바이닐 리애니메이터스의 비트와 세븐엘의 스크래칭도 간과할 수 없지만, 본 작은 라임을 시도 때도 없이 양산하며 배틀 엠씨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에소테릭의 랩에 좀 더 무게를 실어주는 이가 많은 편이다. 가령 "Def Rhymes"의 "I raise your IQ to mine cuz I know your scared of heights / Scared of tearing mics, rappers like you should be wearing tights"이나 "Essays on Esoterrorism"에서의 "Psionically bionically I dominate demonically / Check this, my reckless style will catch wreck ironically / Sonically I'll invade, crush your cavalcade / Parade through your barricade I made the accolade", 그리고 "Learn from the Druid"의 "Deliver, a rapier to your trachea / How I'm striking mics it's pysching out Vikings in Scandinavia / Maybe a, ..."와 같은 펀치라인을 귀담아 듣는다면 그 누구도 에소테릭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큰 비중은 아니지만 버츄오소(Virtuoso), 비욘더(Beyonder) 등의 게스트들까지도 멋진 라임으로 응수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처럼 앨범은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7개의 알짜배기 트랙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다수의 마니아들로부터 세븐엘 앤 에소테릭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 가장 낫다는 평을 듣곤 하고, 심지어는 그들조차도 영원히 뛰어넘지 못한 앨범이 되어버렸다는 말까지 듣곤 한다. 또한 절판된 뒤 수년이 지난 올해 초 마침내 재발매가 확정됐을 때 -물론 단지 희귀 음반의 재발매라는 이유만으로 반가워했을 사람도 많았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것은 그만큼 세븐엘과 에소테릭의 초기 시절을 가장 멋진 순간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예가 아닌가 싶다. 랩 배틀이 질렸다는 에소티릭과 스타일 변화를 꾀하고 있는 세븐엘에게 옛 모습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지금, 어느덧 본 작은 세븐엘 앤 에소테릭의 올드팬들에겐 일종의 향수를 자아내는 매개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Articl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Pharoahe Monch [Desire] (2007)  (0) 2011.05.01
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0) 2011.05.01
Edan [Beauty and the Beat] (2005)  (0) 2011.04.24
7L & Esoteric [A New Dope] (2006)  (0) 2011.04.24
Ghostface Killah [Fishscale] (2006)  (1) 2011.04.24
Article/Review | Posted by epmd 2011. 4. 24. 22:35

Edan [Beauty and the Beat] (2005)


※ 2006년 웹진 리드머(http://www.rhythmer.net)에 기재한 글.

1. Polite Meeting
2. Funky Voltron
3. I See Colours
4. Fumbling Over Words That Rhyme
5. Murder Mystery
6. Torture Chamber
7. Making Planets
8. Time Out
9. Rock and Roll
10. Beauty
11. The Science of the Two
12. Smile
13. Promised Land

Record Label : Lewis Recordings
Released Date : 2005-03-29
Reviewer Rating : ★★★★

언제부터인가 많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클리쉐(cliche)만을 생산하고 있다는 말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독특함이 사라진 진부한 표현이나 전 작과 다를 바가 없는 획일화된 모습에 사람들이 슬슬 염증을 느끼고 있는 암울한 판국이다. 뮤지션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조차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니 청자들은 당연히 이채롭고 대안적인 힙합 음악을 학수고대 할 수밖에 없고, 2005년 보스턴 진영의 다재다능한 인물 이단(Edan)이 [Beauty and the Beat]를 내놓자마자 평단과 마니아들에게 무수한 관심과 찬사를 받았던 것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현 상황과 맞물려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단이 행한 '60 ~ '70년대의 싸이키델릭 록(Psychedelic Rock)과 힙합을 접목시키는 보기 드문 모습은 참신함에 목말라 있는 마니아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1집 [Primitive Plus]와 믹스 앨범 [Sound of the Funky Drummer]를 통해 올드스쿨 힙합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던 이단은 사실 힙합 음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전까지 비틀즈(Beatles),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비치 보이스(Beach Boys) 등 '60년대 뮤지션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유년시절 들어왔던 그러한 음악이 [Beauty and the Beat]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단은 '싸이키델리아 힙합'을 앨범의 콘셉트로 잡고 그것에 충실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간 보여 왔던 올드스쿨 브레이크 비트를 '60년대 싸이키델릭 뮤지션의 기타/보컬 샘플과 절묘하게 조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물론 데 라 소울(De La Soul)이 데뷔작 [3 Feet High & Rising]에서 앨범 커버를 비롯한 부가적인 요소들을 통해 싸이키델릭-힙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단은 그와 달리 아예 앨범 전반에 걸쳐 힙합과 록을 융합하려는 당찬 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하나의 곡에서조차도 비트가 두 세 차례 뒤틀리며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스킷(skit) 없이 34분의 짧은 시간동안 모든 트랙이 물 흐르듯 유연하게 이어지며 리스너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앨범 전반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된 비트메이킹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러한 사운드와 이단(+게스트)의 랩이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단의 플로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편은 아니나, 시종일관 변화무쌍한 싸이키델릭-힙합 사운드와 어울리는 데에는 어색함이 없다. 전 작부터 항상 등장했던 '80년대 힙합퍼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은 쿨 모 디(Kool Moe Dee), 콜드 크러시 브라더스(Cold Crush Brothers), 런-디엠씨(Run-DMC) 등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는 "Fumbling Over Words That Rhyme"으로 재현되고, 환각제 없이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I See Colours"를 통해 드러난다('Can't you see it brother? / Without the LSD I see colors').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에 대한 일침(My mental fabric too thick for Lenny Kravitz / Who imitates Jimi Hendrix in every facet)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Rock and Roll"은 비틀즈, 도어스(Doors) 등 '60년대 뮤지션들에 대한 언급으로 "Fumbling Over Words That Rhyme"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보스턴의 또 다른 만능 재주꾼 인사이트(Insight)는 "Funky Voltron", "The Science Of The Two"에서 언제나 그래왔듯 쉴 새 없는 랩으로 이단에 응수하며, 미스터 리프(Mr. Lif)와 퍼시 피(Percee P) 역시 명성에 걸맞은 최고의 verse를 수놓는다. 이단과 게스트들의 명쾌한 랩과 거침없는 사운드는 "Promised Land"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막을 내린다.

이처럼 이단은 높은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싸이키델릭 록과 힙합의 접목'을 제법 훌륭하게 해냈다. 시도 떼도 없이 변하는 사운드에 파묻혀 간혹 랩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과 34분의 짧은 러닝타임(물론 이 역시도 콘셉트적인 요소라 할 수 있지만)만이 아쉬울 뿐, 근래 보기 드문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음악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힙합을 접하기 이전에 '60 ~ '70년대 싸이키델릭 록을 들었던 청자들이 한결같이 본 작을 듣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는 사례나 흑인 음악에 다소 배타적인 몇몇 매체들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비단 힙합 리스너 뿐만 아니라 록 뮤직 마니아들에게까지도 어필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이와 같이 일종의 '대안적 힙합'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이단의 앨범이 데뷔 후 괄목할만한 발전 없이 침체 상태에 놓인 일부 언더그라운드 힙합퍼에게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Articl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Ghostface Killah [More Fish] (2006)  (0) 2011.05.01
7L & Esoteric [Speaking Real Words EP] (1999)  (0) 2011.05.01
7L & Esoteric [A New Dope] (2006)  (0) 2011.04.24
Ghostface Killah [Fishscale] (2006)  (1) 2011.04.24
KRS-One [Keep Right] (2004)  (0) 2011.04.24